5-6共정치자금 관리 ‘금융계 황제’이원조씨 별세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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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향년 74세로 별세한 이원조(사진) 씨는 5, 6공화국 시절 은행감독원장과 13, 14대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경제부처 장관들도 그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이원조의 재가 없이는 시중 은행장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6공 때 청와대의 한 인사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이원조를 멀리 하시는 게 좋겠다”고 진언했다가 “그는 내 친구”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고인은 노 전 대통령과는 경북고 32회 동기동창이고, 대구공고를 다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도 죽마고우였다.

1956년 제일은행에 입사한 이 씨는 군부 내 ‘하나회’를 이끌던 두 전 대통령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그래서 ‘TK(대구경북) 사단의 금고지기’란 별칭이 생겼다.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 5공 출범 직후 대통령경제비서관(1급)으로 발탁되면서 이 씨는 정치자금까지 주무르는 경제 실세로 자리 잡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었다.

그는 1989년 5공 비리, 1993년의 동화은행 비리와 노태우 비자금 사건 등으로 수차례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1년 5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법망에 좀처럼 걸려들지 않아 ‘불사조’로 불리던 이 씨는 1997년 4월 노 전 대통령의 뇌물 60억 원을 조성한 혐의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돼 결국 구속됐다. 그때 오랜 친구인 두 전 대통령은 이미 수감 중이었다.

같은 해 12월 세 사람은 특별사면으로 나란히 석방됐다. 그러나 이 씨의 몸은 자유롭지 못했다. 당뇨병 심근경색증 같은 지병이 그의 여생을 힘들게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순례(74) 씨와 아들 동찬(51) 동렬(48) 씨가 있다. 발인은 5일 오전 8시.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02-3410-6912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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