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국민銀 6년 전 발행한 8000억 원 후순위채 오늘 만기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이 2001년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발행한 8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만기가 28일 동시에 돌아온다.

후순위채는 금리가 높은 대신 은행이 파산할 때 맨 나중에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인데, 이번에 전액 현금으로 상환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자금)이 갑자기 증가하면 거시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28일 은행 돈 8000억 원 풀려

은행들이 2001년에 발행한 총 2조415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이 가운데 33.1%인 8000억 원의 만기가 28일 하루에 몰린 것.

이처럼 후순위채를 많이 발행했던 것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치(8%)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는 후순위채 발행액이 많을수록 자기자본비율은 높아진다.

반면 일반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높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만기 때 상환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

28일 외환은행이 상환하는 후순위채는 6000억 원 규모. 2001년 5월(4000억 원)과 11월(2000억 원)에 연리 7.1∼8%의 조건으로 발행한 것이다. 국민은행이 2001년 2월 연리 7.6∼7.65% 조건으로 발행한 후순위채 2000억 원도 같은 날 만기가 된다.

외환 및 국민은행 측은 “과거에는 원금 상환 부담을 줄이려고 채권을 새로 발행해 기존 채권을 갚았지만 지금은 자금 사정이 좋아진 만큼 모두 현금으로 갚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월별 후순위채 만기도래 예정금액은 △3월 4250억 원 △4월 3900억 원 △7월 2600억 원 △8월 1000억 원 등이다.

○ ‘상환대금 어디로 갈까’ 관심

은행에서 후순위채를 산 사람 중에는 재테크에 능한 거액 자산가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투자하는 대상은 수익률이 양호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후순위채 상환대금이 어디에 재투자될지에 관심이 높다.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는 보수적 투자자라면 환매조건부채권이나 특판정기예금 등 확정금리 상품을 선호하고,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글로벌 부동산펀드 등 고(高)위험 고수익 상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보험 증권 등 비(非)은행 금융회사들도 후순위채 상환대금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AIG생명은 연간 4.8%의 금리를 확정해서 주는 무배당 연금보험을 투자대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명수 AIG생명 방카쉬랑스 총괄이사는 “후순위채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는 점을 감안해 연금보험을 대체투자 상품으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및 주식형 펀드를 추천하고 있다. 하경승 CJ투자증권 영업전략기획팀 과장은 “투자대상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있는 ‘글로벌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 자금 부동화 현상 우려도

한국금융연구원은 현재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환대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시중에 떠다니는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금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지 못하면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야 시중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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