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경영권 父子전쟁, 법정으로 번지나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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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이 강신호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의 경영 참여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해 경영권을 둘러싼 부자(父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강 대표 측은 동아제약의 결정에 반발하고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자간 경영권 분쟁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동아제약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아들인 강 대표를 겨냥해 “돈보다 인간성이 중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 ‘강 대표 제안’ 왜 거부했나

강 회장이 이끄는 동아제약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강 대표가 자신을 포함한 10명의 이사 후보자를 추천한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주제안을 거부한 이유로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임 경영자(강 대표)가 중심이 된 경영참여 요구이며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상반되고 △추천한 이사 후보자들의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강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신을 포함해 10명의 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내고 동아제약 ‘경영 복귀’를 강하게 희망했다.

산업계에서는 주주총회에서 ‘부자간 표 대결’은 피하게 됐지만 이번 결정으로 부자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 강 대표 측 “최악의 상황 벌어졌다”

동아제약은 이날 강 대표가 동아제약 대표이사로 재임하던 시절의 부실경영 책임을 강하게 비난했다.

동아제약 측은 “강 대표가 제약업과 상관없는 중계무역을 벌여 200억 원의 부실을 발생시켰다”며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무리한 계열사 투자와 지원으로 853억 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1987년부터 동아제약에 입사한 강 대표는 2003년부터 2년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으며, 부친인 강 회장과 경영 방침에 대한 갈등으로 2005년 3월 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동아제약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강 대표 측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주주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가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수석무역 관계자는 “과거 경영에 대한 책임은 강 대표와 당시 경영진이 함께 져야 할 몫”이라며 동아제약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주주총회 전까지 계속 대화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신청 등의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강 회장 “돈보다 인간성 중요”

강 회장은 이날 이사회 후 언론에 공개한 별도자료를 통해 “이사회 임원으로 더는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어 “부실 경영에 따른 심각한 손실로 주주와 임직원에게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당사자가 회사 경영을 요구하는 것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며 “최고경영자(CEO)는 경영실적은 기본이고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정직하고 솔선하여 임직원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식(강 대표)의 일도 불신과 불투명에서 초래됐다”며 “돈보다 인간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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