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전산망 ‘쿨쿨’… 탈법분양에 ‘깜깜’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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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당첨자에 대한 자격 요건이 엄격해야 할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오히려 부적격 당첨자가 양산된 것은 분양업자 등 사업 주체의 불법과 일선 시군구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태만 때문이다.

▽10여 년간 규정조차 몰라=아파트 당첨자의 주택 소유 여부를 건설교통부 주택전산망을 통해 확인하도록 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된 것은 1993년. 그러나 이를 시행해야 하는 사업 주체와 이들을 감독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침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2002년 4월과 10월, 무주택자 우선공급제도와 2주택 이상 소유자의 투기과열지구 내 1순위 청약 자격을 제한하는 청약제한제도가 각각 도입됨에 따라 주택 소유 여부를 확인하는 전산 검색은 필수적이 됐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넘도록 지자체에서는 사업 주체가 전산 검색을 했는지 파악하지 않았다.

건교부와 금융결제원 전산망의 이원화도 허점으로 꼽힌다. 분양업자는 양 기관의 전산망을 통해 부적격 당첨자를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양 전산망이 연계돼 있지 않아 검색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전산 검색 없이 당첨자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3∼2005년 전국의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된 437개 주택단지(19만8000채) 중 이 같은 검색을 하지 않고 분양된 단지는 80.5%인 352개 단지(15만7000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연된 불법 탈법=장애인 A 씨는 아파트 공급량의 10% 내에서 장애인에게만 특별 공급되는 제도를 악용해 2001∼2005년 무려 19차례나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다. 특별공급 신청 자격 요건이 ‘무주택 가구주’로만 돼 있어 분양권을 팔면 다시 무주택자가 되기 때문.

A 씨는 이 기간 중 무려 71번에 걸쳐 주민등록을 위장 전입했으며 분양권을 되팔아 2억9000여만 원을 챙겼다.

공무원들의 아파트, 토지 취득을 위한 불법 행위도 여전했다.

산업자원부 서기관인 B 씨는 2003년 경기 고양시 일산구로 위장 전입을 한 후 농지 310여 평(1048m²)을 샀다. 이후 이 농지는 한국국제종합전시장 사업 용지로 편입돼 약 1억4000여만 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번에 아파트 및 토지 부당 취득으로 감사원에 적발된 공무원은 모두 61명에 이르렀다.

▽개선 방안과 남은 문제=건교부와 지자체의 전국 투기과열지구 내 부적격 당첨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무더기 계약 취소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미 부적격 당첨자에게서 분양권이나 아파트를 산 사람들. 또 부적격 당첨자의 부당이득이 환수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선의의 취득자에 대해서는 법률 조언을 받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건교부는 앞으로 모든 아파트의 분양업무를 은행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9일 내놓았다. 일부 중소업체가 아파트를 직접 분양하면서 전산 검색을 하지 않는 사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건교부의 주택전산망과 금융결제원의 당첨자관리전산망 간에 연계체계를 구축해 주택 전산 검색이 누락되는 사례를 막기로 했다.

장애인 등에게 제공되는 아파트 특별공급은 지금까지 횟수 제한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1가구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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