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삼성그룹 “2010년 세계 전자시장 제패” 야심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5분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글로벌 경영전략을 펼치며 ‘삼성’을 초일류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있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공사 현장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그룹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글로벌 경영전략을 펼치며 ‘삼성’을 초일류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있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공사 현장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그룹
《‘세계로, 세계로, 세계로….’ 한국의 많은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지만, 삼성그룹의 글로벌 경영은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삼성 계열사들은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생산공장, 판매법인 등 핵심 거점을 두고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활발한 스포츠 사회공헌 마케팅을 통해 ‘삼성’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짓고 있는 160층 규모의 ‘버즈 두바이’는 삼성의 건설기술을 세계에 전파하는 상징적인 표석이 되고 있다. 이제 ‘삼성’은 해외에서도 초일류 브랜드로 대접받는다. 주요 계열사들의 해외 경영을 통해 삼성그룹 글로벌경영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삼성전자 연간 매출의 85% 해외서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연간 매출의 85% 정도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만큼 삼성전자에 글로벌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은 시장이 있는 곳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해당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동반 성장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5년 말 기준으로 해외생산법인, 판매법인, 연구개발(R&D), 디자인센터, 지점, 물류 거점 등 총 97개의 해외거점을 두고 있다. 이들 해외 거점은 북미총괄, 구주총괄, 중국전자총괄, 서남아총괄, 동남아총괄, CIS총괄, 중남미총괄, 일본본사, 중아총괄, 구주전략본부 등 크게 10개 조직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마케팅 전략은 관문·박물관·사회공헌·스포츠·귀족·문화·유스(Youth)·러닝(Running) 등 8대 마케팅으로 요약된다.

관문 마케팅은 영국 히스로, 프랑스 드골,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세계 유수의 공항에서 삼성전자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다.

사회공헌 마케팅은 미국에서 크게 호평을 받는 ‘희망의 4계절’ 자선마케팅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스포츠마케팅으로는 올림픽 공식 후원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 등을 후원하고 있다. 귀족 마케팅은 유럽 승마대회 후원 등 지역별 특성을 살린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글로벌경영 전략을 통해 2010년 세계 전자업계 제패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삼성물산 해외 자원개발 사업 본격화

삼성물산은 석유 및 가스 탐사 등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멕시코 만 해상과 동티모르 해상에서 석유 가스 탐사권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기업들과 공동 개발 체제를 구축하는 등 자원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호주 산토스사가 탐사 개발권을 갖고 있는 멕시코 만의 3개 해상 탐사 개발사업에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 사업을 통해 멕시코만 가스전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지분만큼 천연가스 물량을 받아 미국 가스시장에 직접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동티모르 해상 탐사광구의 탐사권도 확보했다. 삼성물산은 이 사업에 10%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가스공사와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 기업 페트로나스사 등과 공동으로 탐사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예멘 16광구와 70광구에도 각각 20%의 지분으로 참여해 본격적인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카스피 해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잠빌광구 유전개발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짓고 있는 160층 높이의 ‘버즈 두바이’. 현재 지상 100층 높이의 건물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2008년 이 건물이 완공되면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101층,508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등극하게 된다.

제일모직 인도-美동부 케미칼시장 개척

제일모직은 세계적인 선진 기업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면서 해외 현지영업 체제 구축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제일모직 케미칼 부문은 글로벌 사업체제 확보를 위해 해외마케팅 현지화, 중국 및 유럽법인 확대 등으로 글로벌 영업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도와 미국 동부 지역을 적극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해외 유통망도 확대할 계획이다.

패션사업은 이미 확보한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등 선진 디자인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세계적인 브랜드 육성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빈폴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이탈리아 등 패션 선진국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또 중국 인도 등 해외 아웃소싱을 통해 원가절감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

삼성중공업 생산자동화 로봇개발 박차

삼성중공업은 1300명의 설계 및 R&D 인력과 세계적 규모의 연구시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선형 개발, 생산자동화 로봇 개발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중국 저장 성 닝보 블록공장을 확장하고, 산둥 성 룽청에 두 번째 블록공장을 건설하는 등 중국 내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와 액화천연가스(LNG)선 수리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브라질에 조선소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인재는 삼성의 힘”▼

핵심인력 모시기 사장단도 팔걷어

“삼성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뛰어난 인재와 기술에서 나옵니다. 삼성은 스스로 한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끊임없이 해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은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신문 ‘중궈왕(中國網)’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해외 인재 확보에 얼마나 몰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임원급 인사 영입에 신경

삼성전자는 몇 년 전부터 임원급 인사 영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팀 백스터 북미 가전마케팅 담당 수석부사장이 대표적인 영입인사다. 삼성전자는 미국 TV시장에서 소니의 추격이 심해지자 아예 소니 미국법인 마케팅 책임자인 그를 데려왔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디지털디스플레이총괄에서 정보통신총괄로 자리를 옮긴 데이비드 스틸 상무는 지난해 ‘보르도 TV’의 성공을 이뤄내 글로벌 인재 경영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는 1997년 삼성그룹 컨설팅 조직인 ‘미래전략그룹’ 창립 멤버로 입사했으며, 2002년 삼성전자 최초의 외국인 임원이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화두였던 ‘인재 제일’이 이건희 회장 대에 ‘창조경영’과 ‘천재경영’으로 이어지며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현재 4명인 본사 외국인 임원이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사장이 발로 뛰면서 인재 확보

임원 이외 연구직 등 젊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9년부터 미국의 석박사 인재 확보를 위해 각 사업총괄로 별도의 팀을 구성해 40∼50개 대학에서 1년에 2차례씩 회사 설명회를 열고 있다.

우수 인력을 데려오기 위해 사장단이 직접 뛰는 것도 특징. 삼성전자의 사업총괄 담당 사장들은 선진국은 물론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인재가 풍부한 나라에 출장갈 때 면접과 채용도 함께 진행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이외에 대학 강연과 학회 참석 등이 일정에 포함된다.

최근 들어 삼성의 해외인재 관리는 ‘우수한 성과를 낸 사람에 대한 확실한 처우 보장’을 핵심 과제로 꼽는다. 현지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다.

베이징통신연구소의 왕퉁(王동) 소장은 현지 인력 육성 의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베이징통신연구소는 2004년 12월 세계 최초로 중국식 차세대 이동통신 전용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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