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몽구 회장 실형, 아쉽다"

  • 입력 2007년 2월 5일 14시 35분


정몽구 회장에 대해 법원이 불구속 실형을 선고한데 대해 현대기아차 그룹과 경제단체 등 재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재계는 환율문제, 노사불안 등 자동차산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있어 정몽구 회장의 역할이 이번 판결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향후 재판과정에서 선처가 내려지기를 기대했다.

◇현대차 양재동 사옥 '침통' = 정 회장의 선고결과가 전해지자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직원들은 이날 오전 판결 전까지만해도 노사불안,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국제 경쟁,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을 들어 집행유예 등 법원의 선처를 기대하는 눈치였으나 막상 결과가 '징역형'으로 나오자 "우려했던 경영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더욱이 연초부터 불거진 노조의 파업과 전주공장 2교대 근무 거부, 1월 판매실적 악화, 해외시장에서 일본 등 경쟁국가의 공세 강화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시기여서 직원들의 충격은 작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법원이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판결은 내리지 않아 정 회장의 경영활동이 제한적이나마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한 직원은 "법원 판결에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법정구속이 이뤄지지 않아 불행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정 회장에 대한 이번 판결로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올해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 현대차 체코 공장 기공,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 등 현대차 그룹의 국내외 핵심 프로젝트 추진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임원은 "지금은 회장님이 풀려나 특유의 카리스마로 난관을 헤쳐나가도 모자랄 만큼 대내외 경영여건이 좋지 않다"며 "이번 사태가 경영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직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우려 목소리 높아 = 대한상공회의소는 공식 논평을 통해 "최근 국내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매우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실형이 내려져 현대차가 초일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의는 "이에 경제계는 자동차산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경제회생에 대한 정 회장의 역할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향후 재판과정에서 선처가 내려져 국내 자동차산업이 다시 한번 비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집행유예 결정이 내려져 정몽구 회장이 이 문제에서 벗어나 경영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는데 실형이 선고돼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법정구속을 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 회장이 이 일로 인해 계속 재판절차에 매달리게 됨으로써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현대차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 매우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있을 상급심 판단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권오용 SK 전무는 "기업활동에 공과가 있을 수 있는데, 정 회장은 주요 산업인 자동차산업에서 견인차 역할을 해온 분"이라고 전제하고 "하루빨리 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일하는 데 장애가 없는 여건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비자금 조성 등 과거의 실정법 위반에 대해서는 할말 없다"면서 "다만 왕성하게 기업활동을 해야할 기업 총수에게 실형이 선고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특히 현대차의 경우 해외 신인도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노조와의 문제도 심각한 현대차에 정 회장에 대한 이번 선고가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손해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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