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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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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한 채 갖고 있지만 더 넓은 평형이나 유망 지역으로 ‘갈아타기’ 하려는 실수요자라면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집값 안정기에는 소형과 중대형,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 아파트의 가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수요자가 갈아타기를 하면서 지켜야 하는 원칙과 전략 등을 알아본다.
○청약은 9월 이전에 중대형 대상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갈아타기를 하려면 9월 전에 중대형 평형에 청약하는 게 좋다. 9월부터는 나이가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길며 자녀 수 등이 많은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가점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9월 전에 청약하더라도 서울 등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분양되는 20∼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는 경쟁률이 높아 당첨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40∼50평형대는 미달되는 사례가 많아 현재 30평형대에서 40∼50평형대로 옮기려는 실수요자는 대형 평형 청약을 고려해 볼 만하다.
○살던 집은 적정한 가격에 과감히 팔라
‘살던 집은 비싸게 팔고, 살 집은 싸게 사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이자 욕구다. 그러나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챙기려 한다면 갈아타기에 실패할 수도 있다.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39평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50대 중반의 A 씨. 그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34평형(시세 13억 원)으로 갈아타기 위해 지난해 11월 분당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지만 아직까지 팔리지 않아 강남 입성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시장 침체기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분당 아파트 값을 최고점 가격인 9억5000만 원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 씨는 “9억5000만 원 밑으로는 팔 수 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요즘 같은 때에 꼭 갈아타기를 해야 하는 수요자는 살던 집을 과감하게 던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집이 안 팔려 갈아타기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적당한 값에 기존 집을 팔고, 살 집을 싸게 사는 게 더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1주택자라도 매매가가 6억 원이 넘으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살던 집을 원하는 값에 팔았더라도 시세차익이 모두 자기 몫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거의 동시에 팔고 사라
갈아타기 위해 집을 팔았다면 최대한 빨리 살 집을 구하는 게 좋다.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옮길 집을 사는 시기를 늦추다가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부동산업계에서 갈아타기에 실패해 회자되는 사례 한 가지. 2003년 3월 B(당시 40대 중반 남자) 씨는 강남구 개포동 안에서 더 넓은 평형으로 옮기기 위해 살던 31평형을 3억7000만 원에 팔았다. 하지만 살 집을 바로 구하지 않았다. 여름 비수기가 되면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매입 시기를 늦춘 것이다.
그러나 B 씨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그해 8월 강남 아파트 값은 폭등했다. 다급해진 B 씨는 1억3000만 원을 더 보태 기존 집보다 더 작은 개포동의 23평형 아파트를 사야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 한 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경구가 있다.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은 갈아타기를 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애매한 곳보다 핵심지역 블루칩을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은 집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집 한 채를 가지고 갈아타기를 할 때는 앞으로 가격상승의 여지가 충분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임달호 사장은 “서울 강남권이나 경기 성남, 분당 등 핵심 지역으로 옮기는 것만이 갈아타기의 전부는 아니다”며 “같은 아파트 단지 안 로열층이나 로열동(棟)으로 옮기는 것도 갈아타기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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