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란 사랑해 달라는 것”…김광태 전무 29년 만에 휴식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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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하나 잘못 만들면 그것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으로 끝나지만, 홍보가 잘못되면 그룹 전체 이미지가 무너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 온 말이다. 그런 삼성 홍보의 산증인 중 한 사람이 김광태(52·사진) 삼성전자 전무다. 그는 1978년 입사한 뒤 지금까지 그룹 홍보팀과 삼성SDI, 삼성전자 등에서 홍보 업무로만 잔뼈가 굵었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홍보 담당 전무에 오르기도 했다.

김 전무는 지난달 인사에서 1년의 안식년을 얻었다. 조만간 미국이나 유럽 대학으로 연수를 떠날 계획이다. 주위에서는 이를 ‘29년 만의 충전’이라 부른다.

그는 1일 기자의 전화를 받고 “재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나는 끝까지 받아 본 적이 없다. 회사에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달려 나가야 하는 홍보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홍보 철학은 “소비자가 많이 안다는 ‘인지(認知)’와 좋아한다는 ‘선호(選好)’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 즉 좋은 홍보는 많이 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게 만드는 것이란 뜻이다.

김 전무는 2005년 한국PR(홍보)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PR인’에 선정됐다. 최근에는 법무부 국방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10여 개 공공기관을 돌며 “공무원도 알리기만 하는 ‘공보’가 아닌, 사랑해 달라는 홍보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특강을 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보람 있는 순간’에 대해 “회사에 위기가 왔을 때 홍보를 통해 그것을 극복했을 때”라고 말했다. 구체적 사례를 얘기해 달라고 하자 그는 “그것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말문을 닫았다.

30년 가까이 산전수전 다 겪은 홍보맨이 ‘자기 홍보’에는 그렇게 인색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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