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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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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는 기업, 대기업의 약탈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기업이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기까지 보호받아야 하듯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소극적 보호정책으론 육성 불가능
‘세계 최강 미니기업’은 이런 견해가 얼마나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중소기업관인지를 보여 준다. 기사에 나오는 세계 최강 미니기업은 대기업이 불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경쟁력을 살리면 거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덴마크의 오티콘이 전형적인 예다. 오티콘은 보청기 시장에서 거대 다국적 기업인 지멘스와 경쟁한다. 오티콘은 지멘스가 보유한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 또 가격 경쟁으로 경쟁업체를 몰아내거나, 몰아내지 못하면 흡수해 버리는 막대한 자금력도 없다. 대기업이 누리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도 없다. 그러나 오티콘은 지멘스와 경쟁하면서 보청기 시장에서 마켓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티콘의 경쟁력은 지멘스보다 빨리 소비자가 원하는 신제품을 출시하는 능력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임직원 상호 간의 격의 없고 친밀한 업무 분위기다. 오티콘의 사무실에는 칸막이가 없다. 심지어 정해진 자리도 없다. 맡은 일에 따라 자리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장도 자리를 내준다.
개발 담당자는 병원에서 난청 환자와 접촉하면서 수요를 파악하고 제품 아이디어를 찾아낸다. 설계, 생산, 판매 담당자가 수시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한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지만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원이 많다.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아 인건비가 높지만 제품 개발과 생산 간의 유기적 관계에서 나오는 높은 생산성으로 인건비를 보완한다.
이와 같이 세계 최강 미니기업의 경쟁력 원천은 열린 조직문화다. 열린 조직문화는 시장 수요에 대한 반응 속도를 높인다. 조직 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자발적인 업무 의욕을 고취시킨다. 관료화된 대기업에서는 층층이 결재를 거치는 과정에서 시장 수요에 대한 정보가 희석되지만 세계 최강 미니기업에서는 시장 수요가 생산으로 직결된다. 임원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부서의 이익을 위해 시장 정보를 왜곡하는 일이 없다.
열린 조직으로 대기업과 경쟁해야
지시와 통제로 움직이는 대기업에는 위에서 감시하지 않으면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시와 통제를 담당하는 관리부서가 비대해지고, 일 자체를 위한 일이 늘어난다. 세계 최강 미니기업에서는 일 자체가 즐거워서 스스로 일을 한다. 재료가 조금 부족해도, 기술력이 다소 모자라도 스스로 일하는 사람은 그런 부족함을 극복해 낸다. 세계 최강 미니기업은 그렇게 대기업과의 경쟁을 극복하고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립시키고, 대기업을 규제해서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는 부정적인 중소기업관으로는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키울 수 없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그들의 강점을 살려 외국의 거대 기업과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만이 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을 키워 대기업이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위치를 굳건히 하도록 노력하고, 정부는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정책연구 실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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