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검사 까다로운 유럽연합 “LG LCD 유해물질 없다”

  • 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0분


《올해 2월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액정표시장치(LCD) TV 1대를 대구의 모처로 옮겼다. 이곳에서 LCD TV는 그야말로 조각조각 분리됐다. 부품 수는 540여 가지였지만 기초원료 단계까지 분리하는 바람에 1000여 가지가 넘게 쪼개졌다. 플러그의 껍질을 벗겨 그 속에 있는 금속 및 플라스틱 조각까지 드러냈다. LCD TV가 옮겨진 곳은 유럽연합(EU)의 공식 환경안전 인증기관인 독일 튀프 라일란트 한국 지사. 이곳에서 LCD TV는 3개월 동안 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 등이 포함돼 있는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유해물질 ‘제로’. LG전자는 LCD TV 외에 에어컨과 휴대전화, 드럼세탁기로도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 인증을 받았다. 제품이 친환경적이라는 의미다. 환경 경영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기업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가 가장 큰 사회공헌 활동이다.》

○ 납, 카드뮴, 수은이 없는 가전제품

LG전자뿐 아니라 LG필립스LCD 등 그룹 내 관련회사들은 유럽의 규제가 시행되기 1년 전부터 자체 기준으로 유해물질을 원료에서 제외했다. 인증을 받지 않은 다른 제품군에도 이미 관련 지침이 적용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노력은 설계 때부터 적용된다. 유해물질이 없어야 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야 하며, 제품의 재활용이 쉬워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드럼세탁기를 설계한다고 가정하면 다음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인쇄회로기판에 수없이 많이 쓰이는 땜질에는 납 대신 구리나 은을 사용한다. 부품 중의 한 성분을 차지하던 유해물질인 6가크롬은 3가크롬으로 대체한다. 모터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줄여야 한다. 스팀 기능의 에너지 효율도 높여 기존 제품에 비해 전기 사용량은 절반가량 줄이고 물 사용량도 40%가량 줄여야 한다. 드럼세탁기의 겉 케이스는 부피와 중량을 줄여 자원 소모를 막아야 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원칙이 그대로 적용돼 LG전자의 ‘트롬세탁기’가 만들어졌다.

○ 절전형 제품이 환경을 지킨다

친환경적인 제품에서 에너지 효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하게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아껴준다는 차원이 아니다. 에너지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의미하고, 이는 곧 기후변화의 원인물질로 지목받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뜻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모든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줄이는 연차 계획을 작성해 놓고 있다. 이미 노트북 PC와 세탁기에서는 이를 실현했다. 내년 1월까지 텔레비전과 브라운관 모니터, DVD플레이어, 오디오 등에서 대기전력 1W 이하를 구현할 계획이다. 2008년 1월까지는 LCD 모니터와 데스크톱 PC, 전자레인지가 그 대상이다.

에어컨이나 드럼세탁기가 매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압축기나 모터를 달고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에코 디자인(Eco-Design)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비용이나 품질뿐 아니라 생산 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경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안하는 것이 에코 디자인이다.

LG전자는 올해 3월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위원장으로 하는 에코 디자인 위원회를 설립해 환경규제 대응 중심이던 기존의 ‘환경기술위원회’를 대체했다. 환경문제에 대해 능동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LG전자 이희국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국가별 환경규제도 유해물질 사용금지에서 에코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며 “포괄적인 에코 디자인 시스템은 중국과 대만 등의 후발기업들과 차별화하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도 제품의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해 1997년부터 제품 생산 전 과정에 대해 잠재적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에코 디자인 실현을 위한 도구로 웹 기반의 에코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 있는 조직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개발 제품의 환경친화성을 평가하고 에코 디자인 가이드와 친환경제품 사례를 검색할 수 있다.

○ 친환경 공급 사슬

전자제품은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조립을 하는 모회사만 환경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협력업체들의 친환경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LG전자는 협력업체를 상대로 ‘친환경 인증제’를 운영 중이다. 협력업체가 친환경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도 펼친다.

LG전자 환경안전그룹 소철환 과장은 “관련 정보를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서는 LG전자 직원들이 협력업체에 상주하면서 친환경 생산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LG필립스LCD는 녹색구매 시스템을 갖추고 협력업체를 이끌고 있다. 2005년에 녹색구매 가이드 라인을 발간했고 협력업체를 교육했다.

○ LG상록재단의 활약

LG그룹에는 환경전문 공익재단인 LG상록재단이 있다. 1997년 설립된 이 재단은 기업 재단으로는 이례적으로 환경운동을 펼치는 곳.

설립 첫해 장묘문화 개선 운동을 시작했고 이후 생명의 숲 살리기나 새집 달아주기, 초등학교에 꽃밭 선물하기 등의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나무 아래에 유골을 묻는 수목장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력 사업은 생명의 숲 살리기 활동.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원과 함께 산성화된 국토에 토양중화제를 뿌리는 사업이다. 산성화된 땅에서는 미생물이 제대로 번식할 수 없어 유기물이 분해되지 못하고 결국에는 생태계 순환이 망가져 숲이 죽어간다.

LG상록재단 정윤석 상무는 “그룹의 기업 활동과는 독립적으로 매년 약 50억 원의 예산을 쓰며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년부터는 이끼를 키우는 수목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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