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株’ 삼성전자 위상이 흔들린다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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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상하다. 8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중기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동안 삼성전자는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의 대표 주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가 오르면 따라 올랐고, 삼성전자가 하락하면 덩달아 부진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드물게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도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도 괜찮고 내년 전망도 밝다.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매수’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증시의 아이콘 격인 삼성전자는 방향을 잡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때

삼성전자의 위상은 대단하다. 삼성전자도 큰 기업이지만 이 회사에 납품하는 코스닥 상장 기업만도 수십 개나 된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위상 변화는 한국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표면상 이유는 환율 하락이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최근 삼성전자의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환율이 떨어졌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밝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뿌리에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있다. 한때 60%에 육박할 정도로 지분을 가지고 있던 외국인투자가들이 2004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중장기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이미 외국인 지분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지분이 4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3년 동안 줄곧 외국인 지분이 떨어지면서도 비교적 잘 버텼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주가의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주주 정책만으로는 쏟아지는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데 한계에 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위상, 어떻게 될 것인가

투자자들이 궁금한 것은 삼성전자의 단기 전망이 아니라 장기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초 환율 하락이 진정되면 지금까지 외면받았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주들이 다시 관심을 얻을 것”이라며 “이를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삼성전자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위상을 다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한국 증시의 축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내수주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대장주였지만 이제는 그 환상을 접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년 초까지의 추이다. 일단 이른 시간 안에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와 같은 방향, 즉 오름세로 돌아선다면 환율이 진정되면서 삼성전자 위기 극복론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코스피는 오르고 삼성전자는 하락하는 추세가 내년 초까지 계속되면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위상이 급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진단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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