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도 ‘물관리’… 입점 땐 면접도 봐요”

  • 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빌딩 관리의 꽃이라 불리는 임대 마케터들이 서울 청계천 주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쇼핑몰 로담코플라자의 나형준 부장, 서비스드 레지던스인 프레이저 스위츠의 최승욱 부장, 빌딩관리업체인 KAA의 조은성 차장. 이종승 기자
빌딩 관리의 꽃이라 불리는 임대 마케터들이 서울 청계천 주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쇼핑몰 로담코플라자의 나형준 부장, 서비스드 레지던스인 프레이저 스위츠의 최승욱 부장, 빌딩관리업체인 KAA의 조은성 차장. 이종승 기자
빌딩이라고 다 똑같은 빌딩이 아니다. 어떤 입주자들을 유치하느냐에 따라 건물의 ‘물’이 달라진다. 물은 곧 임대료이다.

‘빌딩 관리의 꽃’이라 불리는 각계의 ‘임대 마케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주인공은 빌딩관리업체인 KAA의 조은성(34) 차장, 쇼핑몰 로담코플라자 나형준(37) 부장, 서비스드 레지던스인 프레이저 스위츠의 최승욱(41) 부장.

이들은 “빌딩은 투명한 유리병”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슨 구슬로 채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그들은 스스로를 ‘구슬을 채우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 매출까지 관리해 주는 컨설턴트

나 부장은 경기 부천시 중동 로담코플라자 내 상가에 입점할 대상을 고르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상가에 들어오려면 나 부장의 까다로운 면접을 거쳐야 한다. 업종이 돈이 될 만한지에 대한 심사부터 주변 상권과 적합한지 등이 모두 검토 대상이다.

“입점하겠다고 찾아온다고 무조건 받아주지는 않습니다. 한번 분양되면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상권이 죽는 기존 쇼핑몰과 달리 처음으로 ‘임대형 쇼핑몰’을 도입한 것이지요.”

일단 입점한 가게에 대해서는 나 부장은 종합컨설턴트로 변신한다. 매일 고객 응대 방법부터 상품 진열 방식, 주력 상품 선정 등을 점검해 준다.

○ 새 상권 만들어 빌딩 가치 높인다

조 차장은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등 주요 빌딩에 입주하는 회사들을 유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임대마케팅의 생명은 ‘정보전(戰)’. 틈이 날 때마다 도심의 빌딩 꼭대기에서부터 한 층씩 걸어 내려오면서 일일이 입주 회사를 파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가 임대 기간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회사만 200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아무 회사나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빌딩의 이미지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임차인을 찾아서 입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권을 창출하는 것도 조 차장의 임무다.

빌딩 관리의 개념이 생소했던 시절. 그는 빌딩 1층 로비에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유치해 빌딩에 드나드는 인구를 늘리는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 차장은 입지는 좋지 않아도 오히려 주변 지역을 활성화시켜 빌딩을 돋보이게 하는 게 임대 마케터의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 우리 집 같은 분위기 조성

최 부장은 프레이저 스위츠에 입주하는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맡고 있다. 프레이저 스위츠는 주거시설에 빨래, 청소, 식사 등 기본적인 서비스까지 해주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그는 매주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나 유럽상공회의소 중역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나간다. 고객의 90%는 외국인 회사 임원이기 때문이다. 매달 700만∼800만 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감당하려면 최소한 ‘이사’급은 돼야 한다.

“타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집’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지요.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고궁 투어 프로그램이나 한국 문화체험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이런 입소문이 난 덕인지 프레이저 스위츠에서 2년 안팎으로 장기 투숙하는 고객은 75%에 이를 정도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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