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가 강남 일대 유흥업소를 상대로 거액의 판촉비를 뿌린 KT&G 남서울본부 직원들을 담배사업법 위반혐의로 적발하면서 담배회사들 간에 강남의 유흥업소 시장을 둘러싼 불법적인 판촉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담배 판촉 전쟁은 담배회사들이 강남 유흥업소에 뿌린 연간 수백억 원대의 판촉비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찰은 외국 담배회사들도 강남 유흥업소들에 돈을 건넨 증거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흥업소의 ‘봉’ 담배회사=강남 일대 유흥업소들에는 “담배회사 돈은 ‘눈먼 돈’이니 많이 먹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경찰조사 결과 KT&G 남서울본부가 담배 판촉을 위해 연간 100억여 원을 판촉비로 쏟아 부었으며 30억여 원은 강남 유흥업소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2002년 KT&G가 민영화되기 전 강남 일대 유흥업소 전체 물량의 90%를 외국 담배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강남 시장에서 밀려난 KT&G는 2003년 민영화가 된 뒤 유흥업소 판촉 로비 활동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외국 담배와 50 대 50으로 팽팽한 상황.
▽강남은 담배전쟁 중=담배회사들이 강남의 유흥업소에 억대 로비를 해가며 영업하는 이유는 강남의 시장 규모와 유행의 선도성 때문.
강남 지역을 맡고 있는 KT&G 남서울본부는 KT&G의 전국 담배 매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3개 지역본부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규모다. 외국 담배를 포함한 전체 담배 매출에서 강남은 전국 담배소비의 10% 이상으로 추정된다.
담배 회사들의 로비 방법은 대형 유흥업소와 중소형 업소에 따라 다르다. 수용 인원 1000명에 가까운 대형 나이트클럽, 룸살롱 등은 담배회사 직원이 직접 로비를 한다.
치열한 담배회사 간 경쟁 때문에 다른 회사와 계약이 된 유흥업소 업주는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처음에 웨이터에게 현금 20만∼30만 원과 담배 30∼40갑을 건넨다. 업주를 만나면 담배회사 측은 기존에 계약된 담배회사보다 많은 돈을 주겠다고 제안해 계약을 성사시킨다. KT&G는 2000여 명이 수용 가능한 D나이트클럽에 5억 원을 줬다.
중소규모 유흥업소에는 담배회사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이 발로 뛴다. 이들은 담배회사가 지정한 대주업자의 전화번호가 찍힌 명함을 매일 유흥업소에 돌리고 다닌다. 업주는 이 번호를 보고 전화하면 10갑에 2만5000원 하는 담배를 2만200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담배회사가 주 거래 대주업자들에게는 1만5000원 정도로 담배를 공급하기 때문.
담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유흥업소가 불법적으로 담배를 파는 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강남의 담배전쟁은 끝나지 않고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넘겨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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