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이 첨단공단으로 ‘탕정벽해’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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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사업장 내에 신축 중인 8세대 LCD 기판 생산 공장의 신축 현장. 지난해 완공돼 40인치급 LCD TV용 기판을 생산하는 7세대 공장(오른쪽 건물) 왼쪽에 8세대 신축 공장이 반쯤 지어졌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사업장 내에 신축 중인 8세대 LCD 기판 생산 공장의 신축 현장. 지난해 완공돼 40인치급 LCD TV용 기판을 생산하는 7세대 공장(오른쪽 건물) 왼쪽에 8세대 신축 공장이 반쯤 지어졌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포도밭이 끝나는 이곳부터가 삼성전자 탕정사업장입니다.” 3일 충남 ‘천안아산’ KTX 역에서 버스로 10여 분을 달리자 안내방송이 나왔다. 길 양옆으로 1000여 대의 승용차가 빽빽이 들어찬 주차장이 펼쳐졌다. 자동차 수출 선적장처럼 보였다. 대형 굴착기들이 흙을 파내고 있는 동산 모퉁이를 돌자 이집트 사막에서 피라미드가 나타나듯 갑자기 대형 건물들이 눈앞에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한 ‘S-LCD’사(社)의 차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기판 생산 공장들이다. 탕정 포도밭이 ‘크리스털 밸리’로 변신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지난해 40인치급 LCD TV용 기판을 생산하는 7세대 공장을 지은 데 이어 최근 50인치급 LCD TV용 8세대 기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까지 인근 땅 78만 평을 추가로 확보해 12세대 공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때가 되면 LCD 사업장 터는 협력업체 단지를 포함해 모두 221만 평으로 여의도(254만 평) 크기와 비슷해진다.

이상완 LCD총괄 사장은 “전형적인 시골 포도밭이 첨단 공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대규모 공장이 지역경제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역주민과 ‘윈윈’하는 지역시설이 되기 위해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나 쌀, 과일 등 식재료를 인근 지역에서 구입한다”며 “삼성전자가 지역경제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60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아산시청과 천안시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납부한 법인세 및 주민세는 아산 190억 원, 천안 120억 원이다. 이는 각각 두 지역 법인세 및 주민세 전체 세수(稅收)의 42%와 29%를 차지한다.

탕정사업장은 아산 지역의 인구 및 교육, 문화 환경까지 바꾸고 있다.

아산 지역은 지난해 탕정사업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평균연령이 60대에 이르렀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젊어지기 시작했다. 탕정사업장 근무를 위해 대규모로 유입되는 직원 대부분이 고교를 갓 졸업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아산시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산 지역에서는 인구가 7800명 늘어났다. 이 가운데 탕정 인근 주민이 4564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삼성전자가 직원들을 위한 생활복지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면서 지역의 교육 및 문화환경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탕정사업장 터 139만 평 가운데 5만8000평에 지상 32∼39층 아파트 20개동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 LCD총괄 임직원을 상대로 한 이 아파트에는 2009년까지 3700여 가구가 입주한다.

또한 단지 안에는 충청남도 최초의 외국어고교가 들어서고 인근에는 홍익대와 순천향대 분교가 생길 예정이다. 삼성병원과 대형할인점도 터를 닦고 있다.

탕정에서 근무하는 한 임원은 “임직원 아파트를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급 이상으로 지으라는 최고위층의 주문이 있었다”며 “최첨단 공장에 걸맞은 최첨단 주거환경을 갖출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아산=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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