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투자해야 많이 번다”…글로벌기업 R&D투자 늘려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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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규모
상위 10위 국가
나라비율(%)
미국41.3
일본 19.5
독일10.3
프랑스5.7
영국5.3
스위스3.6
대한민국2.9
네덜란드2.2
스웨덴1.7
핀란드1.3
나머지 국가6.2

‘미래에 더 많이 투자하는 자가 더 많은 이익을 얻으리니.’

경기 회복세를 탄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안정된 수익을 확보한 기업들이 R&D에 눈을 돌리면서 전례 없이 투자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산업무역부(DTI)가 최근 세계 12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R&D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R&D 투자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7% 증가했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자료를 분석 소개하며 “동아시아 기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전했다. 대만 기업의 연구개발비 투자 총액은 최근 1년간 30.5%나 늘어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조사 대상인 44개 대만 기업의 투자금 합계는 46억 달러에 이른다. 주로 컴퓨터와 전자 분야에 집중돼 있다.

한국의 R&D 투자 증가세가 12%로 뒤를 이었지만 대만보다는 크게 뒤졌다. 여러 중견기업이 고른 증가세를 보인 대만과 달리 한국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LG전자의 3개 대기업이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8.2%, 유럽은 5.8%의 증가율로 전년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일본은 4%에 그쳐 상대적 정체를 나타냈다.

분야별로 보면 제약업계의 투자 증가율이 눈에 띈다. DTI의 조사가 시작된 1992년에는 상위 20개 기업에 제약업체가 하나도 들지 못했지만 이제는 화이자, 노바티스 등 6개 기업이 포진해 있다. 이라크전쟁 후 항공업체와 군수업체의 R&D 투자비중도 13.5% 늘었다.

절대 투자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자동차 업계. 포드사는 최근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8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파산설까지 나돌던 GM이 67억 달러로 2위. 경영사정이 어렵지만 업체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 연구개발비 비중을 줄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s)’으로 불리는 R&D 투자의 변화 양상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소수의 개발팀이 비밀 연구소에 숨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기업 간 제휴와 정보 공유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와 인도 등지의 값싸고 질 높은 R&D센터와 인력을 활용하려는 서구 기업의 시도가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런던증시 상장기업 중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R&D 포트폴리오 지수’는 1997년 이후 지금까지 73%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런던국제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00개의 우량지수로 구성된 FTSE 100 지수 성장률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맨체스터 경영대의 루크 조지휴 교수는 “R&D를 통한 혁신적 제품 생산과 이를 바탕으로 생성되는 시장이 기업의 성장을 끌어내는 힘은 정부 지원이나 세금 감면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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