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신도시 확정]도심까지 1시간… 강남수요 분산 어려워

모델하우스 북새통 인천 검단지구가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로 유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25일 인천 서구 검단동 삼라마이다스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청약자들이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인천=박영대 기자

정부가 곧 발표할 신규 신도시로 사실상 확정된 인천 검단신도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검단신도시(548만 평)의 규모가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594만 평)에 육박하는 데다 교통망도 잘 갖춰질 예정이어서 수도권 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검단신도시가 집값을 안정시킬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도 검단신도시 예정지는 정부의 섣부른 신도시 계획 발표로 투기에 휩싸였다.

○ 기존 아파트 호가 급등

25일 오전 인천 서구 검단동 삼라마이다스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입구. 전날 밤부터 200여 명의 청약 대기자들이 몰려들어 밤을 새웠다.

이 아파트는 총 117채에 불과한 소규모로 20일 청약을 접수했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3일 신도시 추가 개발 방침이 알려지자 곧바로 71채의 계약이 끝났고 이날 나머지 46채를 선착순 분양할 계획이었다.

이날 오후 2시경 분양이 모두 끝나자 분양받지 못한 사람들은 “117채 모두 미분양이었는데 왜 46채만 분양하느냐”며 시공회사인 삼라건설 측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동남주택산업이 서구 왕길동에 지은 동남디아망도 신도시 발표 덕에 24일 미분양분이 완전히 팔렸다. 이 아파트는 총 308채로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나 지난주까지 60여 채가 집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기존 아파트의 호가(呼價)도 급등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조사 결과 서구 원당동 풍림아이원 28평형은 신도시 발표 전 2억1000만∼2억2000만 원에서 현재 호가가 3000만 원 정도 뛰었다. 서구 당하동 KCC 33평형도 3일 새 3000만 원 올랐다.

이처럼 투기현상이 빚어지자 정부가 예정지를 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도시 계획을 발표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단3동 부동산중개업소 ‘부동산시티’의 임수영 실장은 “정부가 신도시 조성계획을 무리하게 발표하는 바람에 투기꾼이 투기할 시간만 벌게 해 줬다”고 꼬집었다.

○ 왜 검단신도시인가

인천 서구의 검단 당하 원당 대곡동 일대 검단신도시는 인천시가 이미 신도시로 추진해 오던 지역이어서 사업 추진이 쉽다는 게 장점이다. 인천시는 올해 6월 건교부에 신도시지구 지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건교부도 그동안 국방부 농림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져 신도시 지정에 걸림돌이 없다.

광역교통망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인천시가 인천지하철 1, 2호선 가운데 한 노선을 검단신도시로 연결하거나 신규 노선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김포시가 추진 중인 경전철과 연계하면 서울지하철 9호선과도 맞닿게 된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철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인접해 추가 인프라 투자비용이 적게 들 전망이다.

○ 검단신도시로 집값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검단신도시는 강남권 대체 신도시로 부적합해 신도시 지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더라도 서울 강남까지 1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인근 송도신도시 청라지구와 김포신도시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내년에 인천국제공항철도가 개통되더라도 검단신도시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이용하면 서울역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서울에서 50∼60km 떨어진 곳에 신도시를 건설하면 서울 특히 강남수요를 분산하는 데 역부족”이라며 “집값 안정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서울과 거리가 멀어 인천 부천 김포 광명시 등 경기 서부 수요를 흡수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검단신도시에서 나오는 보상금이 수도권 집값을 들썩이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