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부총리가 취임사 등을 통해 가장 강조했던 정책 방향은 ‘일자리 창출’과 기업 규제 개선 등 2가지.
그는 약속대로 9월 말 ‘기업 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정책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2%가 아닌 20% 정도 아쉬운 대책”이라는 경제계의 평가를 받아야 했다.
최근에는 ‘월평균 35만 명’이던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를 공식적으로 포기해야 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부터 상황은 더 급박해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1%에서 5.0%로, 내년 전망치도 정부의 예상치 4.6%보다 낮은 4.3%로 각각 낮춰 잡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권 부총리의 발언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현재 한국 경제는 ‘사실상 불황’”이라며 취임 이후 가장 어두운 진단을 내놨다. 이어 “거시경제 정책에서 일정 부분 ‘새로운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권 부총리가 쓸 수 있는 ‘획기적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의 위축된 투자심리를 다독이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여당인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현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과 배치돼 재임 기간 중 현실화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인 경기 활성화 카드인 건설경기 부양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반대 때문에 섣불리 손을 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카리스마’보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권 부총리의 스타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가 역부족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취임 100일간 경제 상황 변화 | |||
항목 | 바뀐 전망 | ||
경제성장률 | 한국개발연구원(KDI) 올해 성장률 전망치 5.1%에서 5.0%로 하향 조정. 내년 성장률 전망치 정부 전망치4.6%보다 낮은 4.3%로 예상 | ||
일자리 | 재정경제부 연초 일자리 창출 목표치 35만 명 포기, 30만 명 수준으로 하향 조정 | ||
경상수지 | 한국은행 올해 경상흑자 전망치 40억 달러에서 ‘균형수준(0)’으로 하향 조정. KDI 내년 14억 달러 경상적자 전망 | ||
민간소비 | KDI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 4.5%에서 4.1%로 하향 조정 | ||
설비투자 | KDI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 7.8%에서 7.6%로 하향 조정 | ||
건설투자 | KDI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 0.8%에서 ―0.8%로 하향 조정 |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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