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브랜드에서 나오는 큰 옷을 줄여 입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맞는 옷을 찾아 입었지만 이제는 할인점에서 34인치 청바지를 이것저것 입어 보고 고른다. 55, 66사이즈만 파는 백화점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88사이즈의 최신 투피스도 살 수 있게 됐다.
“뚱뚱한 사람들도 예쁜 옷, 어울리는 옷을 입고 싶은데 그러기가 어려웠어요. 옷을 살 만한 데도 별로 없고…. 하지만 지금은 백화점, 할인점,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제 또래가 입는 최신 유행 옷을 직접 입어 보고 살 수 있어 쇼핑하는 게 즐겁습니다.”
큰 옷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성장한 큰 옷 전문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으로 잇달아 진출하는가 하면 백화점 할인점들도 큰 옷 전문 매장을 속속 열고 있다.
온라인과 동대문시장을 위주로 성장해 온 큰 옷 시장이 저가(低價)에서 벗어나 고급화 패션화되고 있는 것.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캐릭터인 ‘출산드라’ 등의 영향으로 뚱뚱한 게 부끄럽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스로 당당하게 큰 옷을 골라 입는 사람이 증가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신세계 이마트 박은장 패션담당 상무는 “지난해 큰 옷 시장의 규모는 1000억 원 정도”라며 “큰 옷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 신세계 이마트의 월계점 산본점 공항점 3개 점포에 큰 옷 전문매장인 ‘사이즈리스’가 들어섰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큰 옷 전문 회사 ‘가빅’ ‘빅진’ ‘큰옷’ 등이 이마트 전용 큰 옷 브랜드를 내놓고 매장을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달 77∼99사이즈 여성복만 판매하는 ‘디사이즈샵’을 열었다.
‘앤디앤뎁’ ‘쏠레지아’ ‘아이씨비’ 등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고급 브랜드로 매장을 꾸몄다.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고객이 찾고 있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
S라인의 ‘날씬족’들을 타깃으로 삼던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미지 때문에 큰 옷 만들기를 주저했지만 해외 고급 브랜드에 빼앗긴 통통녀 고객들을 공략한다는 뜻에서 과감히 큰 옷 시장에 도전했다.
‘앤디앤뎁’의 도선영 MD는 “큰 사이즈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나 통계가 없어 사이즈를 표준화하는 게 힘들었다”며 “단순히 사이즈에 초점을 둔 기존 큰 옷 시장과 달리 디자인과 패션에 중점을 둔 고급 브랜드의 큰 옷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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