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고소하고 싶다”…‘한숨’ 파는 자영업자

  • 입력 2006년 7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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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하양읍. 대구대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등 대학 10여 곳이 밀집된 대학촌(村)이다. 30평 크기의 한 민속음식점을 운영하는 전모(47) 씨는 21일에도 하루 종일 빈 가게를 지켜야 했다. “1982년부터 24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지만 요즘처럼 힘든 때는 처음입니다.”》

2004년 하루 평균 30만 원 수준이던 매출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하루에 가장 많이 판 날이 6만5000원이었고 1만 원대인 날도 있었다.

“손님이 한 팀밖에 없던 날도 부지기수입니다. 월 임차료 150만 원은 몇 달째 밀렸지만 대안이 없어 손 놓고 있습니다.”

광주(光州) 동구 대인동 금남로에서 한식당을 하는 문모(43) 씨. 그는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도 하루 매출이 170만∼200만 원은 됐는데 요즘은 100만 원 넘기기가 어렵다”며 울상을 지었다.

자영업 불황의 그늘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청주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자영업자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장사가 어느 정도 잘되는 업소도 극소수 있지만 대부분은 심각한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지방의 상황은 수도권보다 더 심각했다.

서울 강북지역 대학가 A음식점은 음식재료비와 인건비, 각종 공과금 등을 뺀 월평균 순수입(세전 기준)이 2000년 818만1000원에서 올해는 194만5000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이 음식점 주인 신모(60) 씨는 “매출은 줄었지만 인건비와 세금이 치솟아 실제로 한 해 손에 쥐는 돈은 6년 전의 9116만 원에서 요즘 634만 원밖에 안 돼 생계 유지도 빠듯하다”고 털어놓았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도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242곳의 음식점이 개업하고 367곳이 문을 닫았다. 이 지역에서 반기(半期) 기준으로 폐업 점포가 개업 점포보다 많기는 처음이다.

광주에서도 올 1∼5월까지 휴업이나 폐업한 음식점이 2034개로 작년 전체 휴폐업체 수(2153개)에 육박했다.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교차로에서 안경점을 하는 윤모(54) 씨는 “장사 30년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요즘 부산에서는 좀 심하게 말하면 자영업자 데모라도 일어날 판”이라고 말했다.

광주 동구 대인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이모(61) 씨는 “금남로에 있는 상당수 점포가 매물로 나왔지만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요즘 이곳 점포 주인들은 정부를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음식점 주인 A 씨는 “말로만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만든다고 하지 실제로는 세금 부담만 늘리고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귀도 안 기울이는 정부를 보면 속이 터진다”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규제 일변도의 기업정책과 반(反)기업 정서에 따른 경기침체가 부메랑이 되어 자영업자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자영업자만 따로 떼어내 대책을 마련한다면 이 같은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경제부>

황재성 기자(팀장)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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