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삼성전자 “협력업체 결제대금 14조원 준비”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프로젝션 TV용 렌즈를 만들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세코닉스의 생산라인 전경.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TV용 광학렌즈 국산화에 성공해 이 분야에서만 연간 6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프로젝션 TV용 렌즈를 만들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세코닉스의 생산라인 전경.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TV용 광학렌즈 국산화에 성공해 이 분야에서만 연간 6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1만5000여 개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는 모두 현금으로 하겠습니다. 14조 원을 준비해 놨습니다.”

3월 초 삼성전자는 이런 내용의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을 풀어줘 ‘나눔과 상생’을 실천하겠다는 것. 기존에 1000만 원이 넘는 결제 대금을 받으려는 협력업체들은 최소 40일에서 최대 55일을 기다려야 했다.

이런 결정에는 협력업체들이 튼튼해야 모(母)기업인 삼성전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배어 있다.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협력업체들은 다시 삼성전자를 받쳐 주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 삼성전자를 뒷받침하는 ‘숨은 힘’

삼성전자의 협력업체 지원은 크게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자금 지원 △제조 기술 전수와 개발 지원 △컨설팅을 통한 제조 공정 개선 등으로 나뉜다.

이렇게 해서 제품 성능이나 생산성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원가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협력업체와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부의 협력업체인 쉘라인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슬라이드폰 앞판과 뒤판을 연결하는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금속으로 만들어 온 기존 제품보다 값이 싸고 무게도 가벼운 데다 모양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04년 1월부터 이 회사와 부품 공동 개발에 들어가 핵심 기술과 설비투자 자금(22억 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제조 원가는 38% 줄었고 31단계였던 제조 공정도 8단계로 크게 줄었다.

2004년 114억 원이던 쉘라인의 매출은 지난해 320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8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광학기구 업체인 세코닉스도 삼성전자와의 상생 협력을 통해 성공한 회사 가운데 하나.

이 회사는 미국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프로젝션 TV용 렌즈 시장에 뛰어들어 렌즈 국산화에 성공해 현재 이 분야에서 연 6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개발 초기 세코닉스는 초정밀 기술이 필요한 광학 렌즈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성전자에서 관련 기술과 장비를 지원받으면서 점차 자신감을 얻었다.

2004년 9월에는 삼성전자에서 11억2000만 원의 설비 투자 자금도 들어왔다. 렌즈가 개발되자 세코닉스와 삼성전자는 공동으로 특허를 낸 뒤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전자통신 전문 업체인 ㈜이랜텍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제조 공정 및 업무 과정의 효율화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먼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현황 조사와 문제점 찾기에 들어갔다.

이어 개선해야 할 문제점마다 세부 추진 방안을 세우고 담당자를 정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자동 주문 시스템과 제품별 원가 산출에 의한 손익 현황 분석이 가능해져 효율적인 경영의 틀이 마련됐다.

● 핵심은 사람…교육에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2004∼2008년 협력업체 인재 양성에 27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협력업체의 기술과 품질,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능력 있는 인재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크게 협력업체 전문인력 양성과 협력업체 차세대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800명 이상의 협력업체 임직원을 대표적인 품질혁신 기법인 ‘6시그마’ 전문가로 키워낸다. 또 협력업체들이 원하는 맞춤형 실무교육 프로그램으로 제조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제조 현장에서 직접 기술 지도를 한다.

삼성전자가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미래 경영자 과정’은 협력업체 대표의 2세들에게 삼성전자의 경영기법과 기업문화를 전수하는 교육 프로그램.

교육은 10∼12개월 동안 기업 경영, 현장 이해 등으로 구성된 기본 교육과 6시그마 등 경영 혁신 교육으로 나누어 이뤄진다. 삼성전자 사업부에 배치돼 현장 체험을 하고 해외 법인이나 현지 거래처에서 연수도 한다.

삼성전자-협력업체 상생 사례
협력업체사업 분야삼성전자 지원내용성과
세코닉스TV용 광학렌즈-설비투자금 11억2000만 원 지원
-기술 제공 및 지도
국산 렌즈 개발로 연간 60억 원 국산화 대체 효과
쉘라인휴대전화 부품-TF 구성해 정기 개발 회의
-설비 및 대여자금 22억 원 지원
세계 최초로 슬라이드폰용 플라스틱 연결부품 개발로 매출 급증
제일정공TV, 모니터 금형 제조-기술도입 자금 17억 원 지원
-기술협의체 운영
접합 흔적 없는 금형 제작해 원가 절감
신흥정밀VTR 부품-품질혁신 활동 추진
-외부 컨설팅 비용 지원
공정 불량률 60% 감축으로 연간 2억8000만 원 절감
신아솔물산진공청소기 부품-TF 구성해 품질 및 생산성 개선 추진원가 5억9000만 원 절감
자료: 삼성전자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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