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험사, '백수 보험' 확정배당금 지급 의무 없다"

  • 입력 2006년 5월 5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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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백수(白壽·99세) 보험' 가입자들이 "확정배당금을 지급하라"며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헌섭·李憲燮)는 보험 가입자 김모 씨 등 176명이 알리안츠생명과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보험사가 배당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2일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확정배당금이 정기적금 최고이율의 변동에 따라 증감하고 때로는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데다 보험업계에서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인 만큼 보험회사가 이를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생명보험사들은 1980년대 초 가입자들에게 3¤10년간 월 3만¤9만 원을 내면 55세나 60세 이후 10년간 매년 생활자금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백수보험을 판매했다.

백수보험은 예정이율 12.5%짜리 고금리 저축상품으로 1980년대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25%가 됐던 만큼 생보사들은 예정이율과 정기예금 금리의 차인 13%를 매년 확정배당금으로 계산해 추가로 지급한다는 광고를 내세워 가입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1982년 정부의 금리인하 조치 이후 정기예금 금리가 예정이율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보험사들은 확정배당금을 줄 수 없게 됐고 가입자들은 소송을 통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은 재판에서 정기예금 금리가 바뀔 경우 확정배당금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험안내장 등에 알렸다고 맞섰다.

지난해 9월 84명의 가입자들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공동소송에서 법원이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올 초 1800여 명이 확정배당금 청구 소송을 내는 등 유사 소송이 잇따랐다. 삼성생명 사건에서는 확정배당금을 계산하는 방법에 관한 핵심적인 사항은 보험사 내부 문서에만 표시했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확정배당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원고(보험가입자) 승소판결이 내려졌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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