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 회장이 후배기업인에게 전한 ‘장수기업의 비밀’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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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가 여든다섯입니다. 현재 일선 경영을 하는 기업인 가운데는 최고령입니다. 여러분 보시기에 그렇게 안 보이죠?” 강연이 끝날 무렵 나온 이 한마디에 100여 명의 청중이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던 박수 소리는 이내 강연자의 목소리를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 후배들은 역경의 한국 현대사를 가로질러 기업을 이끌어 온 ‘대선배’에게 경의를 표했다.》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노익장을 자랑하는 대표적 기업인으로 꼽히는 그가 4일 ‘장수(長壽)기업의 비결’을 소개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였다.

“올해는 정말 저에게 의미 깊은 해입니다. 그동안 기업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네요.”

간장 고추장 된장 식초 등을 만드는 샘표식품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샘표’는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회사는 58년 연속 무적자 신화를 기록하고 있다.

박 회장은 26년간 한국산업은행과 재무부 등에서 근무하던 생활을 접고 1976년 부친인 박규회 샘표식품 창업주에게서 가업을 물려받았다.

“먼저 직원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같이 식사하며 호흡을 맞추고 암에 걸린 직원들을 개인적으로 정성껏 지원해 건강을 회복시켰죠. 저로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박 회장은 또 기업 환경이 좋아지면 모두들 기업을 확장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은 과욕을 부리지 않고 식품 사업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 환경을 걱정스럽게 진단했다.

“고유가에 노사관계 불안, 기업에 대한 규제…. 한국의 상황은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없이 폭풍우를 만나 방향을 잃은 배’와 같습니다. 경영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후세를 위해서라도 분발,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강연회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이어 후배들을 향한 충고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럴 때일수록 무능력한 기업가는 교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칙 경영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또 “경영자는 항상 모범을 보이고 일이 잘못 진행될 때 직언을 할 수 있는 참모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老)기업인의 ‘말씀’ 하나하나가 모두 청중에게는 ‘일등 장수 기업의 비결’이었다.

그는 건강을 과시하며 ‘식초 예찬론’으로 다시 한번 청중을 사로잡았다.

“전 여든다섯 살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제 까만 머리는 염색한 게 아닙니다. 20여 년 동안 감기 한번 걸린 적 없고 약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왜 그럴까요. 매일 마시는 식초 때문입니다. 하하….”

박승복 회장이 말하는 ‘장수 기업’ 비결
-기업가 정신을 살려라
-정도(正道) 경영을 하라
-항상 직언을 할 수 있는 참모를 둬라
-공사(公私)를 분명히 하고 솔선수범하라
-늘 배우는 자세를 가져라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라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소홀히
하지 말라
-무리하게 많은 이익을 추구하지 말라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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