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 세무조사… 매각 후폭풍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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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의 한국까르푸 인수 여진(餘震)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인수계약서에 서명했지만 한국까르푸가 이랜드 계열사로 편입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한국까르푸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한국까르푸의 최고 알짜 점포인 경기 성남시 분당 ‘야탑점’은 이달 중 법원 경매가 실시된다.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까르푸 노조의 실력 행사도 부담이다.》

○ 이랜드와 계약직후 서류 압수

지난달 28일 오후 한국까르푸와 이랜드의 인수 계약이 끝나자마자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국까르푸 본사에는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2.5t 트럭 한 대 분량의 재무 및 영업 관련 서류를 압수해 갔다.

국세청은 까르푸가 매각 차익을 축소해 세금 납부를 회피하려 한다는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랜드가 1조7500억 원에 인수했기 때문에 까르푸의 총투자액 1조여 원을 빼면 매각차익은 7000억 원대”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필리프 브로야니고 한국까르푸 사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까르푸가 10년 동안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1조5000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거의 없다”고 말해 큰 차이를 보였다.

또 국세청은 까르푸가 제조업체들로부터 공짜 납품을 받는 등의 탈세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세청이 혐의를 확인한다 해도 까르푸에 대한 과세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까르푸는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은 네덜란드와 프랑스 까르푸가 각각 8 대 2 비율로 투자한 회사다.

협약에 따라 네덜란드 까르푸 몫에 대해서는 세금을 한 푼도 물릴 수 없다. 프랑스 까르푸 몫에 대해서도 차익이 부동산 양도에 의한 것으로 판명될 때만 차익의 20%를 과세할 수 있다.

○ 야탑점 주인은 아직 결정 안 돼

이랜드가 까르푸 매장 32개를 일괄 인수했지만 까르푸의 핵심 점포인 야탑점의 주인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야탑점은 까르푸 32개 매장 중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몰점과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 1, 2위를 다툰다. 지난해 한국까르푸가 낸 순이익 69억 원 중 60억 원가량이 야탑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탑점은 임대 매장이어서 이번 이랜드 인수와 관계없이 주채권자인 삼성중공업의 경매 신청으로 이달 중 경매에 부쳐진다.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은 까르푸는 입찰에서 우선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롯데 신세계 삼성테스코는 이미 야탑점 인수에 나섰다. 농협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야탑점 인수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달 경매에는 10여 개 업체가 야탑점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까르푸는 야탑점을 인수해 이랜드에 넘겨야 한다. 만일 야탑점을 인수하지 못하면 인수 금액을 깎기로 계약서에 명시했다.

야탑점의 경매 시작가는 540억 원. 하지만 최종 인수 가격은 1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랜드 측은 까르푸가 야탑점을 인수하지 못하면 2000억 원 이상 인수 가격을 깎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까르푸에서 수익성 1, 2위를 다투는 야탑점은 다른 점포 5∼10개의 값에 해당한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 노조는 폭풍전야

이랜드는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승계하기로 약속했지만 까르푸 노조는 이랜드 측에 별도의 ‘고용안정보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30일 보냈다.

까르푸 노조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같은 민주노총 산하인 이랜드그룹, 뉴코아 노조와 연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패션 아웃렛형 할인점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생각이다. 따라서 고용보장 약속을 받아내야겠다는 것이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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