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비자금 물증-진술 모두 확보”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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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수사가 정몽구(鄭夢九) 그룹 회장에게로 초점이 맞춰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핵심 임원에게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증거와 진술을 검찰이 확보함에 따라 수사는 정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사법처리 불가피=비자금 수사의 핵심은 수백억 원의 비자금이 조성되고 사용되는 과정을 누가 주도했느냐는 점이다.

검찰은 이를 밝히기 위해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분석하고 현대차그룹 자금담당 임원을 계속 소환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지시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메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모는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의 업무일지와 수첩, 탁상용 달력 등에서 발견됐는데, 여기에는 비자금 조성 지시의 정황을 나타내는 사항들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메모를 근거로 현대차그룹의 일부 임원을 추궁해 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 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받아 냈다.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지시한 메모와 이를 뒷받침하는 현대차그룹 임원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함에 따라 정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하게 됐다.

이 같은 증거와 진술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묵인한 정도를 넘어 주도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검찰이 정 회장에게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 주 정 회장 부자 소환=검찰은 이번 주까지 비자금 부분에 관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음 주에는 정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한번에 끝날 수도 있고 두세 차례 반복해 이뤄질 수도 있다. 정 회장은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다소 길어질 수도 있다.

검찰은 이에 대비해 증거와 진술을 계속 보강하고 있다.

정 회장에게서 직접 지시를 받은 핵심 임원의 진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 회장의 사법처리 문제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 비자금 조성 및 사용과 관련한 지시를 직접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임원은 채양기(蔡良基)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장과 정순원(鄭淳元·로템 부회장) 전 기획총괄본부장 등이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이들을 계속 소환해 정 회장의 지시 여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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