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매입 수직상승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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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국내 회사에서 일하는 이모(32) 씨는 최근 미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아파트를 45만 달러(약 4억5000만 원)에 샀다. 3, 4년 후 이민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5년간 부동산 값이 70%나 오른 이곳에 미리 집을 사서 세를 주기로 했다.

개인의 해외 부동산 매입이 급증하고 있다.

4일 재정경제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개인의 주거용 해외 부동산 매입은 99건, 3334만 달러에 이른다.

작년 한 해 27건, 873만 달러어치였던 것과 비교할 때 단 3개월 동안 매입 건수로는 3.6배를 넘어섰고, 금액으로는 4배 가까이 된다.

지난해 12월 3건에 불과했던 주거용 해외 부동산 매입은 올해 1월 13건, 2월 36건, 3월 50건으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올해 들어 정부가 달러 수요 확대로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해 2년 이상 거주 목적만 있다면 아무리 비싼 해외 주택이라도 제한 없이 살 수 있게 하고, 귀국하면 3년 내에 해당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 규정도 없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도 없애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거래가 양성화된 측면도 크다.

아울러 정부의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여유자금으로 해외에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해외 부동산 매입 명목으로 신고한 평균 금액은 33만7000달러였다. 하지만 대부분 현지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끼고 사기 때문에 50만∼100만 달러짜리 고가 주택도 많이 매입하는 것으로 재경부는 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44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캐나다(26건) 중국(14건) 일본 태국(각 3건) 순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거의 없었던 베트남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의 주택 매입이 늘고 있다.

재경부는 “내년 이후 개인의 투자용 부동산 매입 규제까지 풀면 해외 부동산 매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환율 리스크가 있는 데다 해외 부동산 사기 우려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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