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3세 동문들 경영참모로…눈빛만 봐도 통해요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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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學緣)을 잡아라.’ 최근 재계, 특히 오너 2, 3세가 경영을 맡고 있는 기업에서 많이 들리는 말이다. 대체로 오너 1세대는 힘겹게 자수성가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집안이 탄탄한 기반을 갖춘 뒤 성장한 2, 3세대 상당수는 서울의 유명 사립초등학교나 명문 대학을 나왔다. 이들 가운데 학연이 있으면서 실력을 갖춘 동기동창이나 선후배들을 영입해 경영 참모 역할을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 가장 믿을 수 있는 ‘학교 동창’?

최근 쌍용화재 등을 인수해 종합금융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태광그룹은 꾸준한 케이블방송국(SO) 인수합병(M&A)을 통해 거대 방송사업자로도 성장하고 있다.

태광의 주력 신사업인 방송사업은 계열사인 ‘T브로드’의 진헌진(44) 사장이 진두지휘한다. 진 사장은 이임룡 태광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이호진(44) 회장과 서울 대원고 동기동창으로 막역한 관계이다.

태광 관계자는 “신선하게 소비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방송사업을 통해 그룹의 보수 성향을 벗어내고 있는 중”이라며 “젊은 감각을 지닌 이 회장과 진 사장은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지난해 효성그룹에서 30대 중반에 일약 상무보로 발탁돼 눈길을 끈 안성훈(35) 전략본부 경영혁신팀장. 그는 조석래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현상(35) 상무와 서울 청운중과 경복고의 동기동창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안 상무보는 조 상무가 예전에 근무했던 컨설팅업체인 ‘베인 앤드 컴퍼니’에서 함께 컨설턴트로 일했다. 현재 효성에서는 그룹의 M&A를 추진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86년부터 현대자동차와 현대산업개발에서 홍보팀장을 지낸 이준하(45) 아이파크 스포츠 사장은 정몽규(45)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서울 용산고 동기동창이다. 그는 ‘부산 아이콘스’였던 팀 명칭을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이름인 ‘아이파크’로 바꿔 그룹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통일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MBC에서 삼성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이인용(49) 홍보담당 전무는 이재용(38) 상무의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배다.

○ 재계의 ‘신일고-고려대’ 학맥

이웅열(50) 코오롱그룹 회장과 최태원(46) SK그룹 회장은 신일고와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이 회장이 최 회장보다 4년 선배.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43) SK E&S 회장도 역시 신일고 출신이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코오롱과 SK에는 신일고와 고려대 출신 임원이 많이 눈에 띈다.

코오롱에는 김창호(57) ㈜코오롱 부사장과 윤창운(52) 산업자재 담당 상무가 이 회장의 고려대 선배다. LG에서 오래 홍보를 맡다가 코오롱으로 영입된 최영택(52) 홍보담당 상무는 이 회장보다 신일고 2년 선배이다.

SK가 ‘윤리경영’을 표방하며 부사장으로 외부 영입한 부장검사 출신의 김준호(49) SK㈜ 윤리경영실장은 정통 ‘신일고-고려대’ 출신. 남영찬(48·부사장) SK텔레콤 윤리경영실장 역시 신일고를 나왔다.

이 밖에도 SK㈜의 조기행(47) 전무, 유정준(44) 전무, 김태진(44) 상무 등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과 SK 측은 “업무능력이 있어 발탁된 것이지 출신 고교나 대학이 같다고 해서 중용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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