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너무 올랐다” 외엔 보이는 악재없어

  • 입력 2006년 1월 19일 03시 22분


국내외 악재가 겹친 18일 코스피지수가 36.67포인트(2.64%) 폭락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소문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많이 악화됐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홍보관의 주식시세판. 강병기 기자
국내외 악재가 겹친 18일 코스피지수가 36.67포인트(2.64%) 폭락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소문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많이 악화됐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홍보관의 주식시세판. 강병기 기자
‘검은 수요일’이었다. 17일 증시는 공황 상태에 빠지며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무너졌다.

투자자들은 경쟁하듯 주식을 투매했다.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은 이틀 동안 5%가량,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무려 6% 이상 줄었다. 단 이틀 만에 한국 증시에서 약 37조 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처음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한국 증시에는 조정다운 조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주 말까지만 해도 “어차피 한 번은 시장이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조정의 강도가 예상 외로 강하게 나타나자 투자자의 관심은 과연 증시의 상승 추세가 살아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 “주가가 하락한 이유를 모르겠다”

‘검은 수요일’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다. 주가가 이만큼 하락할 이유가 없다는 것.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지만 이틀 동안 코스피지수가 68.88포인트나 빠질 만큼의 악재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펀드의 대규모 환매(중도 인출) 사태가 일어난 것도 아니다. 증시 주변 자금의 사정은 여전히 좋은 편이다. 국제유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국내 증시는 지난해 이미 유가 70달러 시대도 경험했다.

주가 폭락의 계기가 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문제도 정부가 강하게 부인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이번 폭락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본다. 활황이 너무 오래 지속된 상태에서 주가가 한번 크게 떨어지니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너도 나도 주식을 파는 투매 장세가 펼쳐졌다는 것.

따라서 일단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다시 되살아나기까지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장기 상승 추세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주가 폭락의 원인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밝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 전문가들이 알지 못하는 ‘대형 악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다음 달이면 롯데쇼핑과 미래에셋증권 등 굵직한 기업들이 증시에 상장돼 주식 공급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 하필이면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서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 증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별다른 조짐이 없지만 예상 외로 조정의 폭이 커지면 펀드 투자자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 “그래도 주식을 사는 쪽에 걸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번 폭락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 많다.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은 “증시는 언제나 10∼20%가량 조정을 거칠 수 있다”며 “이번 조정으로 시장의 큰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폭락으로 평소 저가에 사기 어려웠던 좋은 주식이 많이 나오고 있어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수석 연구원은 “사느냐 파느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사는 쪽에 걸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대형 악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면 코스피지수는 1,300선대 초반에서 급락이 진정될 것”이라며 “이 시점부터 우량주를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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