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월드]‘신구전쟁’…선택폭 넓어져 행복한 “차차차!”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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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햇살, 금빛 들녘, 붉은 산.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들뜨는 가을은 드라이브에 걸맞은 계절이다. 가을을 맞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저마다 신차(新車)를 발표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소형 세단 ‘베르나’, 기아자동차의 중형 세단 ‘로체’, GM대우자동차의 소형 세단 ‘젠트라’, 쌍용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액티언’ 등 선선한 바람을 타고 온 새 모델이 많다.

기존 모델의 방어 전략도 만만치 않다. ‘도전과 응전’은 비단 인류의 역사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토인비의 명제는 올가을 자동차 업계에도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차종별로 새 모델과 기존 모델의 치열한 공방전을 소개한다.

○ 소형 세단…새내기들의 프라이드 ‘양공 작전’


올봄 자동차 업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모델은 단연 4월 출시된 기아차의 ‘프라이드’다. 국산 승용차 가운데 가장 먼저 디젤용 엔진을 달고 나온 것도 프라이드고, 소형차 가운데 처음으로 배기량 1600cc 엔진을 적용한 것도 프라이드다.

프라이드는 출시 이후 매월 2000대가량 팔리며 소형차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디젤 모델의 판매가 두드러진다.

프라이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모델이 현대차의 신형 베르나. ‘타도 프라이드’를 외치고 시장에 나왔지만 실은 프라이드의 동생뻘인 차다. 프라이드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며 기본 차체도 같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엔진과 차체는 같지만 차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고 역설하고 있다. 후방경보장치, 자동조절 에어컨, 사이드 및 커튼 에어백 등 중형차 못지않은 고급 품목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라이드와 베르나가 1400cc, 1600cc 등 두 종류가 나오는 데 비해 젠트라는 1500cc 한 종류만 나오고 휘발유용 엔진 모델만을 사용한다. 젠트라는 동급 차량 가운데 가장 ‘길고 넓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내비게이션 등 고급 품목을 채택해 소형차이면서도 소형차 같지 않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 준중형 및 중형 세단…‘신구 대결’ 구도

올해 들어 소형차의 기준이 배기량 1600cc로 올라가면서 소형차와 준중형차의 ‘기술적인’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업계에서는 여전히 각종 편의 품목과 가격 등을 기준으로 소형차와 준중형차를 구분하고 있는 것이 사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준중형차는 현대차의 ‘아반떼XD’와 기아차의 ‘세라토’, GM대우차의 ‘라세티’와 8월에 나온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뉴 제너레이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베스트셀러는 단연 아반떼XD가 꼽힌다. 9월 한 달 동안 4638대를 팔아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SM3의 도전이 심상치 않다. 다른 모델의 9월 판매량이 2000대를 넘지 않은 데 비해 SM3만은 3368대를 팔아 아반떼XD에 바짝 다가섰다. SM3는 SM7과 SM5에서 이어지는 르노삼성차의 ‘패밀리 룩’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산뜻한 색상이 어우러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준중형 세단 부문에선 아반떼XD에 SM3가 도전장을 낸 형국이라면, 중형 세단은 ‘쏘나타’의 아성에 기아차의 로체가 덤벼드는 양상이다.

다음 달 중순 출시 예정인 ‘옵티마’ 후속모델 로체는 이미 지난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마젠티스’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유럽에서는 마젠티스, 미국 등에서는 옵티마로 판매된다.

국내 판매용으로 1800cc, 2000cc, 2400cc의 3가지 모델을 선보여 2000cc와 2400cc의 2가지인 쏘나타에 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현대차 보유 고객이 다시 현대차를 사면 10만원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로 아반떼XD와 쏘나타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 소형 SUV…스포티지, 투싼, 그리고 액티언

고유가 여파로 혜택을 보고 있는 차종은 5인승 소형 SUV. 7인승에 비해 유지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판매량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기아차 ‘스포티지’와 현대차 ‘투싼’은 엔진과 기본 차체를 공유하는 ‘형제차’다. 투싼이 차분한 도시적인 이미지를 내세운 반면, 스포티지는 발랄하고 감성적인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전체 판매량에서는 스포티지가 앞서지만 8∼9월 판매량에서는 투싼이 스포티지를 눌렀다.

기아차는 파업 여파가 수그러드는 10월 이후에는 다시 이전의 판매량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13일 이들 사이에 끼어든 것이 쌍용차의 액티언. 쌍용차는 액티언이 동급 최고 출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스포티지와 투싼의 엔진 출력은 각각 115마력. 액티언은 145마력이다.

쌍용차는 “파일럿 분사 시스템을 채택해 소음과 진동이 적어 세단으로도 손색이 없는 차량”이라고 액티언을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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