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反삼성’ 깃발에 정치권 전방위 ‘뭇매’ 가세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2분


곤혹스러운 尹금감위원장삼성그룹 관련 문제 등이 논란이 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오른쪽)이 김창록 금감원 부원장과 답변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곤혹스러운 尹금감위원장
삼성그룹 관련 문제 등이 논란이 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오른쪽)이 김창록 금감원 부원장과 답변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니라 삼십육면초가(三十六面楚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이 직면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면서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삼성을 옥죄려는 움직임만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여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의 ‘삼성 때리기’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삼성그룹은 이런 ‘전방위적 압박’에 불만과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며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 ‘삼성 성토장’된 국정감사

이번 국감에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대거 삼성 공격에 나섰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도 합세하고 있다.

과거엔 재정경제위원회나 정무위원회 등 경제 관련 상임위에서 대기업 정책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정도였으나 올해는 소속 상임위를 가리지 않고 거의 전방위적으로 ‘삼성 압박’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삼성과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법제사법 정보 통일외교통상 환경노동 보건복지위원회 등에서도 삼성 관련 사안이 국감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26일과 27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묵인 의혹, 삼성그룹 순환출자 문제, 삼성캐피탈의 불법 대환대출에 대한 금감원 조치의 적절성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재경위에선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매수와 편법 증여 문제 △예금보험공사의 삼성상용차 3000억 원 분식회계 의혹 △삼성 금융계열사의 기아자동차 채권 회수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법사위 소속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이건희(李健熙) 회장 체포조를 미국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장 불거진 현안이라기보다는 ‘장롱 속에 깊숙이 들어 있던 해묵은 사안’들도 다시 들춰내 다루고 있다.

정부가 나라 살림에 세금을 얼마나 적절하게 썼는지, 정책의 실패는 없었는지를 주로 따지는 국감 자리가 민간기업과 총수를 겨냥한 자리로 변질됐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합작품?

최근의 ‘삼성 때리기’는 평소 반(反)삼성 기류가 강한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가 먼저 문제를 제기하면 정치권에서 국감을 통해 거론하고 이를 다시 언론이 보도하는 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 대해 정당하게 제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지나치게 일방적이거나 삼성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삼성의 입지가 위축되고 삼성에 대한 반감이 사회에 확산되면서 삼성이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운동권 재야파들이 속속 국회와 청와대 등 제도권으로 진입하면서 삼성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에 대해 6월 28일 헌법 소원을 낸 이후 ‘괘씸죄’를 건 정치권의 ‘삼성 손보기’ 공세가 더욱 거칠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삼성, 침묵 속의 불만

삼성은 2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금산법 개정 논란과 관련해 삼성의 태도를 문제 삼는 발언을 하자 구조조정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공식 논평은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는 “외부의 압박에 대처하는 길은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좋은 기업 실적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뿐이며 삼성이 존경받는 기업으로 국민에게 다가서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잇따랐다.

하지만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한 사장은 “마치 한(恨)풀이하듯 삼성을 타깃으로 해서 집중적으로 두드려 패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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