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욕구를 찾아라 숨겨진 시장 열린다”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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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1인치’의 소비자 욕구를 찾아라.” 최근 자동차 전자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숨겨진 시장을 찾아내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잠재된 요구는 있는데 마땅한 ‘제품’이 없는 틈새를 찾아내는 것.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벗어나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시장을 개척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단 ‘돈이 된다’는 것이 입증되면 또다시 경쟁자가 몰리기 때문에 끊임없이 차별화를 시도해야만 살아남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작동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성인제품

LG전자는 조만간 북미 지역에 5∼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Kids)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10만 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부모는 항상 아이들과 연락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값비싼 휴대전화를 사주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점에 주목했다. 집 전화 연결이나 위치확인 등 꼭 필요한 기본 기능만 넣어 가격을 싸게 했다.

LG전자는 국내에서도 키즈폰 판매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 파라코는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10대 전용 화장품인 ‘바비코스메틱’을 내놓았다.

다양한 색깔의 파우더와 아이섀도 등 기존 성인 화장품과 다를 게 없지만 물로 쉽게 지울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로 청소년의 귀여움을 강조했다.

가격은 8000∼2만1000원 수준. 파라코는 바비코스메틱의 월매출액이 40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화장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어린이 및 청소년 화장품 시장규모를 성인 시장(5조 원)의 30%인 1조5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요자의 폭을 넓힌다

자동차 회사인 BMW는 독일 전통의 고급차 전략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BMW는 올 3월 국내 시장에 4400만 원대 모델인 320i를 내놔 8월까지 787대를 파는 ‘대박’을 터뜨렸다. 기존 5시리즈(6000만∼9000만 원)나 7시리즈(1억1000만∼2억5000만 원)와 비교하면 중저가 제품인 셈.

고급차의 대명사인 BMW를 타고 싶지만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소비자들을 위해 차량 크기와 기능을 줄이는 대신 BMW의 승차감은 유지한 것이 적중했다.

김치냉장고는 소비자들의 숨겨진 수요를 찾아낸 대표적 성공 사례다.

김치냉장고는 1995년 만도기계(현 위니아만도)가 ‘딤채’를 내놓기 전까지 이 세상에 없던 제품. 하지만 김치냉장고는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1996년 2만 대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2004년 140만 대로 70배나 늘었다.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수

이런 숨겨진 시장은 찾아내기 어렵지만 한번 시장성이 확인되면 후발 주자들이 진입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초저가 화장품의 경우 2002년 에이블씨엔씨가 ‘미샤’ 브랜드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2003년 말 이후 ‘더페이스샵’, ‘뷰티크레딧’, ‘스킨푸드’ 등 후발 주자들이 뛰어들면서 전쟁터로 변해 버렸다. 그만큼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은 떨어졌다.

선두 주자였던 미샤의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72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25.7%나 줄었다. 매출액도 657억 원으로 더페이스샵(691억 원)에 밀렸다.

LG경제연구원 문권모(文權模) 연구원은 “품질과 서비스, 브랜드 등에서 상대방이 따라올 수 없는 전략적 우위를 구축해야 선두 주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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