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대학돈 72억 빼내 물쓰듯

  • 입력 2005년 9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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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를 꿈꾸던 정태수(鄭泰守·82·사진) 전 한보그룹 회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강원 강릉시 소재 영동대의 교비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3번째로 법정에 서게 됐다.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영수·朴英洙 중앙수사부장)는 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혐의 사실=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 임대관리업체인 ㈜보광특수산업을 통해 은마상가를 영동대 간호학과 학생들의 서울 지역 임상실습 숙소로 임대한다는 허위 계약을 하고 임대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교비 72억 원을 횡령했다.

은마상가의 연건평 1만 평 가운데 정 전 회장 소유분은 2700평(감정가 370억 원). 정 전 회장은 2003년 5월부터 채권자인 조흥은행 등의 433억 원 채권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면서 사실상 임대가 불가능하자 공유토지 분할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경매를 늦추는 수법으로 교비를 횡령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은 반발하는 학장을 교체했고, 영동대는 정 전 회장의 횡령 사건으로 교직원 월급 지급 등 최소한의 경비 지출도 어렵게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아들 보근(譜根·42) 씨가 대표로 있는 종중 명의의 인천 땅 4만 평(감정가 48억 원)을 ㈜보광특수산업과 조카 앞으로 명의신탁하고 2003년 12월 이를 은행 담보로 제공한 뒤 사업자금 30억 원을 대출받은 사실도 적발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은닉 재산 어떻게 썼나=정 전 회장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집을 2년간 빌리는 데 4억8000만 원을 썼다. 이 집은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운명하기 직전 살았던 집으로 정 전 명예회장의 부인인 변중석(邊仲錫) 씨 소유였다가 2001년 모 부동산업자가 인수했다.

또 정 전 회장이 △4개 자회사 경비(20억 원) △가족 생활비와 소송비(10억 원)에 돈을 쓴 데 이어 며느리 등 가족을 회사 임직원으로 허위 등재시켜 월급 등으로 월 1000만 원 이상씩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빼돌린 교비 가운데 27억여 원을 조카인 하재훈(39·㈜보광특수산업 감사·구속) 씨를 통해 차명계좌와 회사 직원 등의 명의로 현금화한 뒤 자신의 사무실과 저택에 있는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 관리해 왔다고 밝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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