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있다면 어디라도 간다”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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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투자자관리(IR) 팀장인 주우식(朱尤湜) 전무는 한해 3, 4차례 열리는 해외 로드쇼(투자설명회)를 갈 때는 그룹 전용 비행기를 탄다. 20인승인 이 비행기는 이건희(李健熙) 회장과 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해외 출장 때 주로 이용하지만 IR팀에는 전용기를 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 등 국내 간판급 대기업들은 주가 관리 등을 위해 IR활동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안에서 차지하는 IR 부문의 위상도 강화되는 추세다.》

○ CEO가 직접 나서는 삼성전자 IR

삼성전자 IR팀은 국내기업 중 조직이 가장 크다. 자금팀 소속으로 있다가 2001년부터 경영지원 총괄사장 직속으로 확대 개편됐다. 전담인력은 20여 명.

재정경제부 출신의 주 전무가 팀장을 맡고, 재경부 장관 자문관을 지낸 이건혁 씨가 최근 IR팀 상무로 스카우트됐다. 해외 로드쇼에는 윤종용(尹鍾龍) 부회장과 최도석(崔道錫) 경영총괄 사장, 황창규(黃昌圭) 반도체 총괄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출동한다.

분기별 영업실적은 반드시 주 전무의 입을 통해 공개된다. 연 4회 열리는 분기실적 발표회와 국내 경영설명회 및 해외 로드쇼에는 반도체 액정표시화면(LCD)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담당 임원이 모두 참여한다.

○ 기관투자가를 ‘현대차 고객’으로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이미지에 걸맞게 IR활동 또한 역동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현장경영 활동을 기업 IR에 접목하고 있다.

‘현대차 경쟁력은 저가(低價)’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활발한 IR활동에 힘입어 지금은 해외 펀드매니저들이 굴리고 싶어 하는 고급 브랜드로 발돋움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자동차 판매가 많은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東京) 등은 해외 IR의 필수코스.

재무관리실장 황유노(黃有老) 이사는 “싱가포르 펀드매니저와 영국 아일랜드 기관투자가들이 로드쇼에 참여하고 나서 현대차를 직접 사는 고객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이 직접 나선다

여의도 증권가의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은 LG전자 김쌍수(金雙秀) 부회장이 주관하는 ‘CEO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싶어 한다. 김 부회장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모아놓고 저녁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2년째 계속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 핵심사업 부문인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중국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디지털 TV 단말기 사업의 전망은 어떤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권영수(權暎壽) 부사장이 동석한다.

LG전자 IR팀장인 나영배(羅英培) 상무는 “한 글로벌 펀드에서 ‘LG전자에서 왜 LG카드를 지원하느냐’고 따졌던 적이 있다”면서 “이들에게 회사의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충분히 설명해 주고서야 납득을 시켰다”고 말했다.

○ 기관투자가를 만나는 최태원 SK㈜ 회장

소버린 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SK㈜는 최태원(崔泰源) 회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서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기관투자가들을 만난다.

최 회장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올해 초에 홍콩과 싱가포르와 미국 등을 방문해 SK의 투명경영 노력과 경영실적에 대해 외국 주주들에게 설명을 하고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SK㈜는 지난해 3월 주주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CR(Corporate Relations)전략실을 새로 만들고 JP모건에서 리서치 업무를 총괄한 이승훈(李承勳) 씨를 IR담당 상무로 스카우트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IR이란(Investor Relations·투자자관리)▼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경영실적과 회사 사업내용 및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활동. 홍보(PR·Public Relations)가 주로 고객과 언론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IR는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와 소액투자자를 타깃으로 한다. 주요 대기업들은 회사 내에 IR팀을 별도로 꾸려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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