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정치자금 연루 기업인 사면을"

  • 입력 2005년 3월 28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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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2년 대선 때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주요 기업인에 대해 특별사면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신호(姜信浩) 전경련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횡령이나 배임 같은 개인 비리가 아닌 단지 정치자금을 줬다는 이유로 중형을 선고받은 기업인들에 대해 특별사면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 회장 발언은 경제5단체 뜻?=전경련이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된 기업인들에 대해 '사면해 달라'고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전경련과 대한상공의의소 등 경제 5단체들은 지난달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 2주년에 맞춰 기업인의 사면을 청와대에 촉구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집권 3년차를 맞아 경제 5단체에서 대사면 건의를 준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면서 "정계 안팎의 기류를 볼 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고 털어놨다.

경제단체들은 3·1절 행사 때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단행될 경우 기업인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선자금 고리에 매어있어 경영활동에 여간 지장을 받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최근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 및 재계 대표들이 투명사회 협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재계가 △투명경영과 △윤리경영 △사회공헌 3대 부문에 앞장서기로 한 만큼 과거의 '털 것은 털어 달라'는 주문이다.

▽정치인 기업인 대사면 가능할까?=전경련은 석가탄신일인 5월 15일 사면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전경련 관계자는 "빠르면 5월 15일, 늦어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일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불법대선자금에 연루된 재계 인사는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강유식(姜庾植) LG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동진(金東晉) 현대자동차 총괄부회장 손길승(孫吉丞) 전 SK그룹 회장 조양호(趙亮鎬) 한진그룹 회장 신동인(辛東仁) 롯데쇼핑 사장 박찬법(朴贊法) 아시아나항공 사장 오남수(吳南洙)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 등 18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상태. 하지만 대외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안 좋아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고 전략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범법자'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다고 재계는 토로한다. 하지만 기업인 사면은 여권의 대선 공신인 정대철(鄭大哲)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의 거취와도 맞물려 있어 노 대통령의 정치적인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반부패 투명사회 협약을 선포한데 이어 전경련이 발 빠르게 투명경영 로드맵을 발표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라며 "조만간 사면논의가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떠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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