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평 아파트 재산세 작년 20만3000→올해 30만4500원

  • 입력 2005년 3월 6일 18시 23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회사원 이승의(李昇儀·34) 씨는 올해 크게 늘어나는 자동차세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다.

2년 전 구입한 경유차 ‘카니발’(2902cc)에 붙는 자동차세가 지난해 6만5000원에서 올해 12만7110원으로 95.3% 늘었기 때문. 올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세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 2008년에 이 씨가 내야 할 세금은 63만8440원에 이를 전망이다.

7∼10인승 차는 1995년까지 승합차로 분류돼 배기량에 관계없이 6만5000원만 내면 됐다. 그러나 1996년 차종(車種) 분류가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바뀌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작년까지는 유예기간이었지만 올해부터 매년 꾸준히 올라 2008년에는 동일 배기량의 승용차와 같아진다.

이 씨는 “경유 값이 급등한 데 이어 자동차세마저 크게 늘어 운전하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세뿐이 아니다. 부동산 보유세, 상속·증여세 등 세금 부담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세부담이 너무 빠르게 높아지면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세금 내기를 피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보유세제가 개편되면서 재산세 부과 대상인 주택 229만 채의 60%인 137만 채의 재산세가 2004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H아파트 26평형(기준시가 4억1000만 원)에 사는 김모(44) 씨는 올해 크게 늘어날 재산세 때문에 걱정이다. 지난해 보유세(재산세와 종합토지세)로 20만3000원을 냈지만 올해는 30만4500원을 내야 한다.

정부가 당초 계획한 세율과 과세표준(세금부과 기준)대로라면 75만2000원을 내야 하지만 보유세 부담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한 상한제 덕분에 그나마 세금이 덜 올랐다. 하지만 ‘50%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계속 늘어 2008년에는 재산세가 75만2000원이 된다.

일부 납세자들은 애매한 과세기준 때문에 억울하게 상속·증여세를 많이 냈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별도 면세 규정이 없는 한 모든 상속 및 증여 행위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포괄주의를 도입하면서 상속·증여세 징수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 52평형을 증여받은 김모(39) 씨는 관행대로 기준시가인 10억 원을 과세표준액으로 신고하고 2억1300만 원을 증여세로 냈다.

그러나 2개월 뒤 관할세무서는 김 씨가 세금을 탈루했다며 세금 추가액과 벌금 등 1억3416만 원을 더 내라고 통보해 왔다. 당초 과세표준액을 신고할 때 기준시가가 아닌 실제 거래가 13억 원으로 신고했어야 했다는 것.

정부는 ‘공평 과세’라는 조세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선 포괄주의 도입 등 세금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재정경제부 허용석(許龍錫) 세제총괄심의관은 “상속·증여세 등 일부 세목의 수입이 늘었다고 해서 바로 다른 쪽 세목의 수입을 줄이는 식으로 세수 비율을 조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민간전문가들은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세금 회피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지하경제가 발달하며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희대 안재욱(安在旭·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조세저항이 심한 상황에서 세수를 늘리면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사회적 비용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아주대 현진권(玄鎭權·경제학) 교수는 “현재의 세금 인상은 조세형평성을 높이려는 나름대로의 취지를 갖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 부담이 갑자기 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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