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4일 계열사 대표이사 10명을 교체하고 임원 86명을 승진시키는 창사(1967년) 이래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는 신동빈(辛東彬)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그룹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장에 취임한 후 단행한 첫 대규모 인사여서 신 부회장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호텔 사장에 장경작(張慶作) 전 웨스틴조선호텔 사장을 임명하는 등 3명의 대표이사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대홍기획 대표이사 상무에는 박광순(朴光洵) 전 경인방송 대표를,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전무에 오경수(吳京洙) 전 시큐아이 대표를 영입했다.
또한 이철우(李哲雨) 롯데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3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임 대표이사는 △한국후지필름 전무 유창호(劉昌浩) △롯데자이언츠 전무 하영철(河永哲) △코리아세븐 전무 정황(鄭煌) △롯데산업 상무 김수현(金秀鉉) △롯데냉동 이사 이동진(李東進) △롯데후레쉬델리카 이사 김인한(金仁漢) △롯데제약 이사 조철우(趙哲佑) 씨 등이다.
한편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딸인 신영자(辛英子)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의 장녀 장선윤(張瑄允·35) 롯데쇼핑부장(명품팀장)이 이사 대우로 승진했다.
▽주력 분야에 힘을 싣는다=롯데의 이번 인사는 지난해의 경영성과 평가와 함께 앞으로 주력할 분야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롯데마트의 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올해 7, 8곳의 신규 점포를 여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할인점 시장 경쟁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석유화학 이영일(李英一) 사장도 3년여간 부사장으로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케이피케미컬을 인수하고 중국에 합작기업을 세워 진출하는 등 많은 실적을 냈다. 따라서 이 사장을 승진 발령한 것은 롯데가 앞으로 석유화학 분야와 중국 진출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그룹 내에서는 보고 있다.
무역업체인 롯데상사의 백효용(白孝鏞)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신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글로벌 기업 지향’을 반영했다는 것.
▽변화와 안정의 균형=이번 인사에서는 38개 계열사 중 10명의 대표이사를 바꾸는 등 경영진을 대폭 교체해 신 부회장의 ‘혁신 구상’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그동안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수해온 롯데의 체질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롯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일부 원로급 사장이 물러났으나 사장단 평균 연령도 그다지 낮아지지 않은 등 이번 인사는 ‘변화와 안정간의 균형’을 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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