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쌀개방 주민 찬반투표’ 논란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16분


코멘트
쌀시장 개방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전남 나주시가 쌀시장 개방 문제를 놓고 주민 찬반투표를 강행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투표는 자치단체 주관으로 처음 실시된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주시는 2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554개 마을회관과 노인정 등에 기표소를 설치해 쌀시장 개방에 따른 주민 의견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시는 투표 대상을 20세 이상 가구주 1인으로 제한해 투표권을 가진 주민은 20세 이상 전체 유권자 7만9000여 명 가운데 4만여 명이다.

시는 ‘쌀 개방과 관련한 주민 의견 조사표’라는 제목에 정부의 쌀 협상 과정을 소개하고 ‘정부의 쌀 개방 협상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찬성과 반대란에 기표하도록 했다.

시는 선거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찬반투표에 드는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으며 투개표 관리 업무도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고 밝혔다. 개표는 19개 읍면동별로 투표함을 모아 집계한 뒤 개표 결과를 29일 농림부에 보내기로 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국가사무에 속하는 쌀시장 개방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주민 의견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정부의 협상력을 강화해 주고 정부에 농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국가사무에 해당하는 사안을 주민 의견 조사라는 이름을 빌려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나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