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不者 4000명 주민번호바꿔 1200억 대출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8시 52분


코멘트

신용불량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는 수법으로 거액의 신규대출을 받아왔는데도 금융기관은 속수무책으로 당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관간 정보 공유가 안되는 점을 악용해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사례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9일 발표한 ‘기업여신 신용평가시스템 운용실태’ 감사 결과에서 금융기관의 신용정보 인프라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등록번호 바꿔치기=경기 안성시의 한 법무사는 국민은행 등에서 1억1500만원을 빌렸다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자 4회에 걸쳐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는 수법으로 3억87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는 이 가운데 3억7200만원을 갚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4년 5월까지 신용불량자 4058명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1195억원을 신규대출 받았다. 이 가운데 3183명(981억원)은 다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또 동일인이 2개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다른 사람인 것처럼 중복 대출받은 경우도 2999명이나 됐다.

신용불량자가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후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는데도 금융기관이 이를 알지 못해 채권 추심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이모씨는 대출금 2억5900만원을 갚지 않은 채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12억39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샀다.

▽정보 공유 결여 악용=1998년부터 2004년 2월까지 이민을 떠난 사람 중 2789명이 대출금 2362억원을 갚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해외 이주 신고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

국세청의 국세 체납 및 폐업 정보, 국민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체납 사실조차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부실기업에 돈을 떼인 사례도 빈번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