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商議회장단이 말하는 지역경제 실상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8시 39분


전국 69개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이 26일 사상 처음으로 지방경제 회생을 공동으로 호소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한 것은 경제난국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현석(李鉉晳)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상무)은 이날 “통계도 통계지만 지방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위기의식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며 “일부 지역의 경제는 완전히 고사(枯死)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경기가 어렵지만 특히 지방경제의 위기감이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훨씬 심각한 것은 건설업과 재래시장, 관광, 서비스업 등 내수(內需)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내수침체와 소비부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재유(金在裕) 조흥은행 중소기업담당 부행장은 “지방에서 부도를 내거나 대출금을 연체하는 기업의 70%가량은 투자를 잘못하거나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장사가 안 돼서’ 매출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대출 회수를 하고 싶어도 대출금 갚을 돈이 없는 경우여서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연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지방상의 회장단에 따르면 건설업의 경우 재건축, 재개발사업 감소로 올해 들어 지방 건설업등록 자진반납 건수가 1999건으로 서울의 3배나 됐다. 또 부도 건설업체 수 역시 올해 들어 서울은 줄었지만 지방은 9.2% 증가했다.

재래시장 매출 규모도 1998년 2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5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재래시장 내 점포 폐점 비율도 서울의 2배에 이른다고 지방상의 회장단은 주장했다.

회장단은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대다수 지방에 소재한 영세숙박업소의 16%인 2800여개 업소가 휴·폐업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각종 음식업의 경우 전체 음식점의 85%가 적자이거나 겨우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처럼 지방경제가 어렵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대출회수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 3·4분기(7∼9월)에 건설업, 숙박·음식업 등은 대출 회수액이 신규대출을 상회했다”고 덧붙였다.

회장단이 이날 “모든 정책의 초점을 경기회복에 맞춰 과감하게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경제 관련법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건의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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