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설비건설협 정승일 회장 “건설도 합창처럼 앙상블 중요”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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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과 합창의 ‘앙상블’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대한설비건설협회 정승일 회장. 그는 올해 연말에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 정상급 성악가들과 나란히 올라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박중현기자
사업과 합창의 ‘앙상블’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대한설비건설협회 정승일 회장. 그는 올해 연말에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 정상급 성악가들과 나란히 올라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박중현기자
“합창(合唱)과 건설사업은 관련이 없어 보이죠. 하지만 양쪽 모두 성공하려면 조화로움, 즉 ‘앙상블’이 꼭 필요하긴 마찬가집니다.”

대한설비건설협회 정승일(鄭承一) 회장은 연말이 다가오면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협회장으로서의 기본업무, 자신이 경영하는 기계설비전문 건설업체인 세일설비의 한해 마무리와 함께 12월 말 ‘연미복’을 입고 무대에 설 준비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2년 3월 대한설비건설협회 협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의 또 다른 직함은 ‘솔리스트 앙상블’의 총무 겸 대표. 솔리스트 앙상블은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째 매년 연말에 모여 송년 콘서트를 연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의 모임이다.

정 회장과 합창의 인연은 1960년 한양대 산업공학과 입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양대는 그 해에 음대생을 처음 모집했어요. 여학생만 많아 ‘합창’ 강의가 힘든 걸 걱정한 음대 학장이 ‘공대 남학생들을 데려다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합창반이었던 저도 베이스 파트를 맡아 같이 참여하게 됐죠.”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정 회장은 64년에 복학했다. 한국방송공사(KBS) 전속 합창단에 가입돼 있던 음대 친구들은 학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그에게 오디션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이후 유일한 비(非)음대 출신으로 2년간 베이스 파트를 맡아 노래를 불렀다.

66년 대학을 졸업한 정 회장은 ‘세일 공업사’라는 기계설비건설업체를 창업했다. 사업은 번창해 80년에는 세일설비로 이름을 바꿨다. 정 회장이 사업에 몰두하는 동안 음대생 친구들 중 상당수는 해외유학을 다녀와 성악가와 대학 교수로 성장했다.

“84년에 한 방송국의 제의로 옛 KBS합창단 출신 성악가들이 모여 합창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음대 교수를 하던 친구의 연락을 받고 저도 참여하게 됐죠.”

그해 말부터 정 회장은 연말마다 ‘솔리스트 앙상블’ 단원으로 무대에 올랐고 친구들에게 떠밀려 맡은 ‘총무 겸 대표’ 직함도 20년간 정 회장 몫이었다.

이후 KBS합창단 출신이 아닌 성악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처음 33명이었던 단원이 현재는 75명까지 늘었다. 이런 ‘경력’ 때문에 정 회장은 올해 초 4년 임기의 국립합창단 이사장까지 맡았다.

12월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릴 솔리스트 앙상블 21회 정기 연주회에도 정 회장은 어김없이 정상급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

“사업에도, 합창에도 평생 싫증을 내거나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면 먼 훗날 뜻밖의 선물이 찾아온다는 걸 젊은이들에게 꼭 얘기해 주고 싶어요. 저는 ‘선물’을 너무 많이 받은 사람입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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