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외근중’… 유통업계 현장경영 바람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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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판매사원태평양 서경배 사장(왼쪽)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아름다운 가게’에서 의류 등을 파는 ‘일일 판매사원’으로 나섰다. 사진제공 태평양
일일판매사원
태평양 서경배 사장(왼쪽)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아름다운 가게’에서 의류 등을 파는 ‘일일 판매사원’으로 나섰다. 사진제공 태평양
《‘판매사원이 된 사장’ ‘요리를 직접 만드는 호텔의 총지배인’ ‘마라톤을 하면서 제품 아이디어를 얻는 스포츠화 사장’. 현장경영이 유행인 시대지만 요즘 유통업계는 특히 현장으로 나가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장기불황의 시대에 CEO가 영업사원이나 마케팅, 제품 개발자의 입장을 체험해보는 일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아이디어를 찾는 데 더 없이 중요해졌기 때문.》

태평양의 서경배(徐慶培) 사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아름다운 가게’에서 책, 의류, 화장품 등을 파는 일일 판매사원으로 나섰다. 판매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 지난해도 같은 행사를 벌인 그는 “태평양의 기업이념 중 하나인 ‘나눔’문화에도 앞장서고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서 사장은 전국 매장과 해외 매장을 수시로 다니느라 집무실을 비워놓는 CEO로도 유명하다.

LG패션의 구본걸(具本杰) 부사장은 20, 21일 일반 등산객 30명을 이끌고 무주 덕유산을 종주했다. 그는 내년에 시작할 스포츠의류 브랜드 ‘라푸마’를 알리고자 2주마다 지리산 중산리부터 설악산 진부령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24구간으로 나눠 종주하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이승한(李承漢) 사장은 ‘현장경영의 전도사’로 통한다. 한 달에 두 번씩 전국 30개 홈플러스 점포를 찾아 매출 성적이 좋지 않은 매장은 잘되는 매장과 비교해 개선할 점을 지적한다. 가전전문점, 스포츠용품점, 서점, 문구점 등도 수시로 드나들며 사업 아이템을 얻는다. 실제로 최근 문을 연 안산점의 경우 가전 전문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400평 이상의 카테고리 킬러형 가전매장을 넣기도 했다.

르네상스서울호텔의 총지배인 스콧 시블리는 11년 조리장 경력을 살려 12월부터 ‘맨해튼 그릴’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 서비스할 예정이다. 호텔 고객들에게 르네상스의 서비스 정신을 알리기 위해서다.

스포츠화 브랜드 뉴발란스의 조용노 사장은 매주 수요일 운동화를 신고 출근해 직원들과 함께 마라톤을 하며 회의를 한다. 함께 뛰고 땀 흘리는 시간을 통해 결속력을 다지는 동시에 뉴발란스의 제품을 체험함으로써 개선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

백두대간 종주
스포츠 브랜드 ‘라푸마’ 출시를 앞두고 일반인들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구본걸 부사장(가운데). 사진제공 LG패션

CJ푸드빌의 정진구(鄭鎭九) 대표는 올 2월 취임하자마자 전국 ‘뚜레쥬르’ 매장을 찾아다니며 점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아가방의 박웅호(朴雄虎) 사장과 임원들은 9월부터 매장에 나가 매장별 특성에 맞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찾아내 실천한다.

이 밖에 동원F&B의 박인구(朴仁求) 사장은 추석을 앞두고 전속 모델인 박주미와 함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 킴스클럽에서 일일 판매사원 체험을 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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