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백화점 “외국서 상품 직접 들여와 자체브랜드로 팔자”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06분


《롯데백화점의 배우진 바이어는 최근 몇 달 간 공장과 옷감 성능검사소 등을 헤매고 다녔다. 백화점 바이어는 입점해 있는 매장을 관리하고 찾아오는 제조업체 사람들 만나기에도 바쁠 터인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행보는 롯데백화점의 변신과 관련이 깊다. 롯데백화점이 변하고 있다. ‘앉아서 수수료 먹는’ 장사를 하던 롯데가 소비자 속으로 다가가기 위해 발로 뛰고 있는 것.》

배 바이어팀이 내놓은 히트상품 ‘컴포트 셔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목둘레가 자유롭게 늘어나는 컴포트 셔츠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은 뒤 바이어들이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유행하는 옷감, 디자인을 고르고 중국과 홍콩의 성능검사소에서 1000번(3년간 매일 입었을 때 가정) 세탁기를 돌려본 뒤 내놓은 옷이다.

“단순한 일회성 기획 행사가 아닙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지요.”(이동우 남성스포츠 매입 부문장)

롯데에서 이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한국의 소비사회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위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인당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생활의 중심을 차지했던 백화점이 이제는 상류소비층이 찾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가에 백화점식 상품 전개로 압박해 오는 할인점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2002년 11월부터 매출이 계속 줄고 있는 추세다. 반짝 회복된 때도 있었지만 흐름이 달라지진 않았다. 이젠 경기가 좋아진다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는 힘들다고 본다.” 이동우 부문장의 말에서는 위기의식이 느껴진다.

17일까지 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이탈리아산 여성 니트 직매입 상품전’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4만∼14만원대로 기존 백화점에서는 살 수 없는 가격대의 수입 니트상품이 줄줄이 매장에 나왔다. 이런 상품을 고르기 위해 정경재 바이어는 6개월간 이탈리아에 체류했다.

롯데가 기존 매장에서 떼는 수수료율은 30%지만 직매입 상품에서는 10%가 안 된다. 그런데도 이를 ‘미래사업’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30%를 계속 같은 규모로 벌어들일 수만 있다만 이처럼 남는 장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제조업체는 백화점을 포기하고 길거리 숍으로 나가는 상황이다. 앞으로 직매입 상품의 비중을 10∼20%대까지 끌어올려 적은 마진을 붙이더라도 대규모로 팔겠다”라는 게 이 부문장의 말이다.

롯데는 앞으로 신사셔츠뿐만 아니라 니트류 캐주얼 남방, 스웨터, 카디건까지 ‘롯데’ 브랜드가 붙은 옷을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일반 상품이라기보다는 컴포트 셔츠처럼 틈새상품을 두드릴 예정. 또 바이어가 판매와 재고까지 책임을 지는 ‘챌린지 숍’도 조만간 시도할 방침이다.

교보증권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한국 백화점들은 일본식 수수료 장사를 했다. 이제는 직매입 비중이 40%까지 높아지는 유럽 미국처럼 변신하려는 것이다. 재고 부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정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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