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 기업 12개의 장수비결…변신 또 변신 끝없이 진화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03분


《반세기(半世紀)를 넘긴 ‘장수(長壽) 기업’들의 창립 기념행사가 최근 잇달았다. 삼양그룹이 이달 2일 창립 8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고 지난달 15일에는 제일모직이 창립 50주년 행사를 치렀다. 경영전문지인 ‘월간 현대경영’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창립 50주년을 넘긴 기업은 올해 7월 말 현재 61개. 또 70년 이상인 회사는 12개사다.》

김성표(金成杓)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사신뢰 속에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신하면서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기업만이 장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화(進化)’하는 기업=1954년 창립해 ‘정장 구두’ 한 우물을 파온 금강제화는 1973년 국내 처음으로 캐주얼 구두 ‘랜드로바’를 내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또 1994년에는 발이 너무 크거나 작아서 고민하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매장을 선보였다.

이처럼 장수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대하다. 무리는 하지 않되 핵심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한다.

김윤(金鈗) 삼양사 회장은 삼양의 ‘장수 비결’에 대해 “레볼루션(Revolution·혁명)은 없었다. 하지만 이볼루션(Evolution·진화)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이 장수한 비결도 마찬가지. 이 회사는 ‘10년마다 변한다’는 모토 아래 직물-의류-화학-전자재료 기업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1943년 창립한 한국도자기는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현금 결제를 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회사도 설립 후 약 30년간을 차입경영에 의존했다. 한때는 전체 매출액 중 40%를 이자로 냈다.

1973년 차입 경영의 긴 터널에서 벗어난 한국도자기는 이후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세계적인 도자기 회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사원 먼저, 회사 먼저=1933년 창립한 하이트맥주(옛 조선맥주)는 1992년 5월 창립 60주년을 1년 앞두고 당시 30%를 유지하던 시장점유율이 경쟁사인 OB맥주에 밀려 20%대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회사는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마지막까지 직원들을 믿었다. 결국 직원들로 구성된 ‘신제품 태스크포스’는 1년 후 천연암반수로 빚은 하이트맥주를 세상에 내놓았다.

노사의 눈물이 빚은 하이트맥주는 대성공이었다. 하이트맥주가 세상에 나온 지 3년 만인 1996년, 회사는 40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조선맥주는 1998년 사명(社名)을 아예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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