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 내년경제 가장 위협”… CEO 포럼 설문

  • 입력 2004년 9월 12일 17시 49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내년 기업 환경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정치적 불안정성을 꼽았다. 11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한국CEO포럼 정기총회. 사진제공 한국CEO포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내년 기업 환경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정치적 불안정성을 꼽았다. 11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한국CEO포럼 정기총회. 사진제공 한국CEO포럼
《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수출 둔화나 신용불량자 증가보다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성을 내년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9명은 정부의 장단기 정책 과제 선정이 잘못됐으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4%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CEO포럼은 10일부터 12일까지 2박3일간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개최한 정기 총회에서 CEO 43명을 대상으로 ‘경제현안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CEO포럼은 유상옥(兪相玉)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 조동성(趙東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으며 CEO 145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CEO들은 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경제 이슈를 묻는 질문에 23.5%가 ‘국보법 철폐 등 경제외적 불안정 확대’를 꼽았다. 이어 ‘민간 소비 부진 속 수출 경기의 본격 둔화’(22.1%)와 ‘불황 지속에 따른 중산층 붕괴와 신용불량자 증가’(22.0%)가 2, 3위에 올랐다.

내년에 기업 외적 경영 환경 변화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항목에 대해서도 34.3%가 ‘정치적 이슈에 대한 보수 진보간의 국론 분열’이라고 대답해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이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법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88.2%가 ‘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모르며 장단기 정책 과제 선정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CEO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36.4%가 ‘3.5∼3.99%’, 21.2%는 ‘3.0∼3.49%’, 18.1%는 ‘2.5∼3.0%’로 예측해 4% 미만이라는 응답이 75.7%에 달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서도 ‘2005년 4·4분기(10∼12월) 이후’라는 대답(42.4%)이 가장 많아 상당수 CEO들은 지금과 같은 침체기가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이날 총회에 참석한 외국계 주요 투자기관 전문가들도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골드먼삭스 서울사무소의 테렌스 림 전무는 “한국 경제가 회복되려면 소비가 늘어야 하지만 △금리 하락에 따른 저축 인센티브 감소 △가계 부채 급증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의 스펜서 화이트 아시아지역 책임전략가는 “내년에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이 올해보다 3%포인트 이상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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