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약관 논란…“전세값 떨어지는데 임대료만 올리나”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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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의 임대료가 최근 부동산 경기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주변 집값이나 전세가는 떨어지는데 서민아파트의 임대료는 오히려 계속 인상되고 있는 것.

대한주택공사는 임대료를 매년 자동적으로 5%씩 인상하도록 돼 있는 임대계약서 규정에 따라 전국의 모든 임대아파트에 대해 인상된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임대료 납부거부운동을 벌이는 한편 주공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전세가는 떨어지는데…=지난달 말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 주공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각각 5%씩 인상한다’는 내용의 고지서를 주공으로부터 받았다. 31평형 기준으로 임대보증금은 252만원, 임대료는 매달 6820원씩 올랐다.

입주자대표회의 이광남 회장은 “주변 일반 아파트의 전세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임대아파트만 임대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억울하다”며 “주민 중 절반 이상이 임대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임대아파트 인근 일반 아파트의 33평형 전세가는 2년 전과 비교해 500만원이 내렸다. 평당 전세가는 242만원.

반면 청학 주공임대아파트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2년 전보다 각각 492만원, 1만3320원이 올랐다. 주공측이 이를 전세가로 환산한 결과 평당 217만원으로 추산됐다. 주변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는 셈.

▽“불공정 약관” 시정권고=전국의 모든 임대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대료 인상 갈등은 매년 5% 인상을 명문화 해 놓은 주공의 표준임대계약서에서 비롯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주공의 표준계약서가 불공정 약관이라며 시정권고한 데 이어 지난달 5일 주공과 유사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임대아파트 민간사업자인 A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공정위는 시정권고서에서 “임대사업자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매년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각각 5%씩 인상하도록 규정한 약관은 임차인의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주공은 이에 따라 표준계약서에 ‘임차인은 경제적 여건 등의 변동이 있을 경우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그러나 그 후 수도권 3곳의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경제 상황을 이유로 임대료 동결을 요구했으나 단 1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국임대아파트 입주자대표연합회 최재석 회장은 “다음 달 주공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민 위해 불가피한 조치”=주공 관계자는 “입주 시점의 임대료는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정 임대료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다”며 “임대료를 정기적으로 인상하지 못하면 임대아파트 건립에 차질이 생겨 결국 그 피해가 서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즉 5년 임대의 경우 입주 3년째에 내는 임대료가 적정 임대료이므로 매년 5%씩 인상해야만 전체 임대기간 평균 임대료가 적정 수준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주공임대아파트에는 모두 26만300여가구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말 이들이 체납한 임대료는 101억여원으로 2002년 말과 비교해 32억여원이 늘었다.

남양주=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주민들이 임대료 동결을 요구한 주공 임대아파트 현황(2004년 6월 기준)
단지가구 수입주시기임대형태임대보증금임대료기준평형주공측 반응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주공아파트11672002년 4∼7월5년 공공임대5040만원13만6500원31평형거부
경기 김포시 양촌면 양곡주공아파트6182003년 6월30년 국민임대1300만원7만4900원20평형
경기 의왕시 내손주공아파트8222003년 8월1704만원23만1360원25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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