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秘史 다룬 소설 ‘Daewoo’ 佛서 출간

  • 입력 2004년 9월 1일 19시 16분


한국의 기업 명칭인 ‘대우(Daewoo)’라는 제목의 소설(사진)이 최근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프랑스 로렌 지방의 대우 가전 공장 3곳이 2002, 2003년 차례로 폐쇄됨에 따라 생활의 터전을 잃은 현지 근로자들의 애환과 분노를 다룬 작품이다. 작가 프랑수아 봉은 이 책을 소설(roman)로 분류했지만 내용은 르포에 가깝다. 작가가 근로자들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 일지 형식으로 나열돼 있기 때문.

봉씨는 애초 연극을 위해 현지를 탐사하는 ‘대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7월 아비뇽 연극제에서 이미 ‘대우’라는 제목으로 연극을 상연했다. 그는 일간 뤼마니테와의 인터뷰에서 “공장 폐쇄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대우의 공장 설립과 폐쇄에는 정치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책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우 창업자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회고. 대우 근로자였던 제랄딘 루라는 사람이 작가에게 김 전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루는 김 전 회장을 ‘일벌레’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하루 4시간만 잔다고 들었다. 어느 날엔가 카다피를 설득하러 리비아에 가 있더니 그 다음날에는 폴란드 자동차 공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루는 김 전 회장이 “모든 길은 황금으로 포장돼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 전 회장이 프랑스에 투자한 이유를 음모론적 시각에서 해석했다. “김 전 회장은 1987년 전자레인지 공장을 처음 지으면서 공장 5곳과 일자리 1500개를 약속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여권을 손에 넣겠다는 목적 때문이었다. 1987년 4월 관보를 보면 프랑스 정부가 그에게 프랑스 국적을 줬다는 사실이 적혀 있다.”

소설은 이와 함께 △한국-프랑스 고속철 테제베(TGV) 계약과 김 전 회장의 프랑스 국적 취득의 연관성 △파리에 본사를 둔 인터폴이 김 전 회장의 파리 거주를 눈감아 준 배경 △대우의 몰락과 김 전 회장의 유랑 생활 등을 다루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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