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쓰기 정말 힘드네요” 은행들 가계대출 기준 강화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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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씨(22)는 2월 중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500만원을 이른바 ‘카드깡’ 업자에게 빌렸다.

갖고 있던 신용카드 5개의 서비스 한도가 차 고민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로 카드깡 업체의 음성광고 전화가 걸려왔다. “신용카드 결제자금이나 긴급 연체자금을 현금서비스보다 저렴한 금리로 신청 하루 만에 대출해준다”는 내용이었다.

1개월 만기 일시불로 빌리겠다고 하자 카드깡 업자는 카드업체 몫의 할부수수료율 월 1%와 카드깡 업자가 챙기는 깡수수료 연 20%를 제시했다.

갑자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은 A씨는 이후 5차례 더 카드깡을 받아 ‘돌려막기’를 했다. A씨의 빚은 6개월 만에 원금의 4배인 2000만여원으로 늘었다.

은행이 가계 대출을 줄이자 신용카드 빚을 내고, 카드회사가 서비스 한도를 줄이고 서비스 수수료율을 높이자 카드깡 업자를 찾는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금융감독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사채업자들도 올 들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직접 대출보다 연리 15∼20%의 수수료를 앉은자리에서 챙길 수 있는 카드깡으로 영업 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로 서민들이 생활자금으로 쓰려고 빌리는 시중은행의 일반자금(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금액)의 대출 잔액이 줄어들거나 증가 폭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일반자금 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43조원으로 3월 말에 비해 4000억원 줄었다. 조흥은행은 같은 기간 8조6262억원에서 8조3529억원으로 3.2%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6조1106억원에서 6조2420억원으로 늘었지만 증가율은 2.2%로 작년 같은 기간(13.1%)보다 줄었다.

특히 5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잔액이 대다수 은행에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4조9253억원에서 6월 말 4조8465억원으로 줄었다. 조흥은행은 같은 기간 7600억원에서 7284억원으로 감소했다.

배현기 하나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기준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신용도 낮은 서민들이 체감하는 은행의 문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용카드회사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이고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올리고 있다.

6개 전업 신용카드회사의 현금서비스 한도는 지난해 6월 말 33조4776억원에서 올 3월 말 25조8423억원으로 감소했다.

카드회사들은 또 2002년 말 20% 초반이던 현금서비스 최고 수수료율을 경영난을 이유로 30% 초반까지 인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민들의 막바지 급전 통로인 대부업체들의 대출 승인율은 올 들어 10% 수준으로 작년의 40∼50%보다 대폭 낮아졌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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