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낮은 곳으로”

  • 입력 2004년 7월 1일 19시 15분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며 법조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초임 변호사들의 진출 분야가 점차 다양해지고 몸값도 ‘현실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초임 변호사들은 최근 기업과 종교단체 등에 진출하는가 하면 구청이나 경찰서 부근에 사무실을 내기도 한다.

이 같은 변화는 ‘법의 수요자인 시민 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풀이되지만, ‘변호사 수 급증에 따른 고육책’이라는 성격도 없지 않다.

▽낮아진 몸값=올 2월 산업자원부는 전기위원회 총괄정책과에서 일할 변호사 채용 공고를 냈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5급(사무관)인데도 1명 모집에 3명이나 몰렸다.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면 3급(부이사관) 대우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하향 지원’이다.

감사원은 올 초 사법연수원생을 6급(주사)으로 채용하려다 “대우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에 따라 5급으로 한 단계 올려 뽑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앞으로 변호사 지원자에게 행정고시 합격자와 같은 5급을 주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올봄 사법연수원을 마친 한 변호사는 “종전에는 초임 변호사를 ‘과장급’ 이상으로 채용하던 기업들이 연봉 3000만원대의 대리급 사원으로 제안하면서도 배짱을 부리더라”고 전했다.

▽고객 곁으로=변호사라고 하면 으레 서울 서초구 서초동 등 법원 근처에 사무실을 낸다는 고정관념도 허물어지고 있다.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올봄 변호사로 사회에 진출한 연수원 33기 10여명이 구로구청, 동작구청, 강서구청 부근에 법률사무소를 냈다. 중소기업과 오피스텔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서기도 했다.

올봄 연수원 동기 3명과 구로구청 맞은편에 법률사무소 ‘밝은내일’을 개업한 강정민(姜正珉·32)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청이 사건이 종결되는 곳이라면, 경찰서나 구청은 사건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그래서인지 사건 초기단계에서 법률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한층 다양해진 진로=올봄 사법연수원을 마친 33기 중 2명은 종교단체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 취직했다. 방송사에 전문기자로 취업한 사례도 있다.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 보좌관 시대도 열렸다. 민주노총 변호사였던 강문대(姜文大·36·연수원 29기)씨가 민주노동당 단병호(段炳浩) 의원 보좌관(4급)으로 진로를 바꾼 것을 비롯해 김준기(金峻琪·37·연수원 30기) 윤승현(尹承鉉·36·연수원 33기) 변호사가 각각 열린우리당 이원영(李源榮) 의원과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의원의 비서관(5급)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강동원(姜東元) 교수는 “올해 다음커뮤니케이션, 넷피아닷컴 등 소위 ‘닷컴’ 기업과 규모가 크지 않은 건설업체 및 해운업체들이 사내 변호사들을 채용한 것도 신(新) 풍속도”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교육인적자원부, 여성부, 대통령경호실, 언론중재위원회, 국회예산처, 중앙해양심판원, 제주도청 등에도 ‘변호사 직원’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사법연수원 33기(2004년 졸업)사회진출 현황
구분인원(명)점유율(%)
단독 및 공동개업18819.5
개인 법률사무소 취업14815.3
법무법인 취업17718.3
공공기관 36 3.7
기업체 46 4.8
사회단체 16 1.7
군복무14715.2
예비판사11211.6
검사 77 8.0
유학 등 기타 9 0.9
미정 10 1.0
96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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