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능력 없는데 돈 꿔주는 건 난센스”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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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또 이자를 못 갚는 사람에게 원금 갚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부질없습니다.”

8개 시중은행 가운데 기업대출 부실이 가장 적은 제일은행의 이수호(李秀虎·53·사진) 부행장의 대출철학이다.

이 부행장은 24일 “대출을 할 때 원칙과 절차를 지키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부실 대출을 줄이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제일은행은 지난해 기업대출을 2002년 말보다 3조790억원(32.5%) 늘렸다. 그러나 부실 대출의 비율은 2002년 말 1.95%에서 2003년 말 1.12%로 줄었다. 올해 3월 말 현재는 0.85%로 업계 평균인 3.08%를 크게 밑돈다.

제일은행 관계자들은 “이 부행장의 공로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행장은 2000년 1월 현재의 리스크총괄본부장에 영입돼 ‘여신(與信)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제일은행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나 LG카드 유동성 위기를 피했다.

이 부행장은 다른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 부실로 고생을 하는 이유에 대해 “대출 원칙과 절차가 없거나 직원들이 잘 지키지 않고 무리한 영업 확장을 하는 등 여신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행장은 1974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다음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서울지점에 입행해 91년까지 일했다. 이후 사업을 하다 2000년 제일은행이 현재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되면서 영입됐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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