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한국형 실리콘밸리 2,3곳 조성"

  • 입력 2004년 6월 17일 15시 28분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산업단지 2~3곳을 지방에 조성한다. 또 지역별로 4개씩의 전략산업을 선정해 육성하고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안에 새 수도에 닿을 수 있는 도로망도 확충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업자원부는 17일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제 1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04~2008년)'을 보고했다.

이번 계획은 새 수도 건설과 국가균형발전, 현재의 수도권 재정비 대책을 종합한 것이다. 지방은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현 수도권은 동북아 중심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하지만 66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 부담과 지역 산업 육성의 현실성, 수도 이전에 따른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한국형 실리콘밸리 2~3곳 조성=이번 계획은 각 지방을 고르게 발전시키되 새 수도를 그 중심에 놓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전국을 서해안고속도로와 남해안고속도로 등 해안지역을 'ㅁ'자로 둘러싸고, 내륙을 촘촘히 연결하는 도로망을 만들어 전국 각지에서 2시간 안에 새 수도에 접근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지방에는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해 앞으로 15년 안에 세계적인 산업단지 2~3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대덕연구단지의 연구·개발(R&D) 성과를 상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올해 하반기에 특별법을 제정해 '혁신 클러스터'(생산 연구 금융 기능을 한데 모은 산업집적단지) 구축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국 16개 시·도에는 4개씩의 지역 전략산업을 선정해 발전시킬 방침이다. 중부권은 주로 디지털 컨텐츠 등 지식기반산업, 서남권은 문화·관광, 동남권은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 제주·강원권은 문화·관광과 신소재·바이오 산업 등이 선정됐다.

아울러 지역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로 기업과 대학, 연구소, 지자체, 시민단체, 지방 언론이 참여하는 지역혁신협의회를 구성하고, 대학이 지주회사를 설립해 자체 보유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도 이전 소외지역' 달래기=수도 이전에 따른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서울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동북아 금융허브(중심지),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도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은 항만과 국제공항을 거점으로 동북아 교통 물류 중심지로 키우고 경기 지역에는 지식기반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종합적 환경대책 등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산·어촌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도시인들이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시골에 살면서 영농 체험, 관광, 휴양 등을 경험하는 '5도(都) 2촌(村) 사업'을 추진한다.

▽재원 조달 문제없나=1차 5개년 계획에 드는 돈은 총 66조5732억원. 이 가운데 국비는 66.9%인 44조5349억원, 지방비는 14조4273억원(21.7%), 민자(民資)는 7조6110억원(11.4%)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자금 마련을 위해 지방세를 늘리고 지역개발금융공사(가칭)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 필요한 자금과 별도로 수도 이전에 따른 비용 45조6000억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농촌 종합대책 119조2900억원 등 정부가 써야 할 돈이 급증하고 있어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역산업이 계획대로 육성될 지도 의문이다. 지역 전략산업 가운데 바이오는 12개 지방자치단체가, 전자·정보통신은 10개 지자체가 중복 신청했다.

정부는 지역 여건을 고려해 똑 같은 산업이라도 세부 중점 분야를 나눈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실행 과정에서 과잉 중복 투자가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가균형발전 계획이 나오게 된 근본 원인인 수도권 과밀화 등을 굳이 인위적인 산업 재편과 수도 이전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도 적지 않다.

서강대 김경환(金京煥·경제학) 교수는 "오늘날 국가 경쟁력의 요체는 대도시 경쟁력인데 베이징(北京)이나 도쿄(東京) 등과 겨뤄야 할 서울과 수도권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약화시키는 정책은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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