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아내가 주는 용돈 빠듯 “3년 모은 저금통 깼어요”

  • 입력 2004년 6월 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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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저금통이나 책상서랍에 방치됐던 동전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9일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한 창구 직원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동전을 정리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불황의 그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저금통이나 책상서랍에 방치됐던 동전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9일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한 창구 직원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동전을 정리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3년간 모은 저금통을 깼어요.”

중소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신석민 대리(36)는 한 달 전 돼지저금통을 깨 은행에 가서 지폐로 바꿨다. 신씨가 매일 아내에게서 받는 용돈은 1만원. 부족한 용돈을 채우기 위해 동전까지 긁어모아야 했던 것.

신씨처럼 저금통을 깨는 사람이 늘면서 시중에 동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저금통이나 책상서랍에 방치됐던 동전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동전 순(純)발행액은 365억원으로 9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1000억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동전 순발행액은 발행액에서 환수액을 뺀 금액이다.

한은의 지난해 동전발행액은 838억원으로 2002년의 1463억원에 비해 43% 급감한 반면 환수액은 473억원으로 전년의 202억원에 비해 134% 급증했다.

순발행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 유통되는 동전이 많아 신규 발행이 줄었다는 뜻이다.

한은의 동전 순발행액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674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99년 1243억원 △2000년 1055억원 △2001년 1053억원 △2002년 1261억원 등으로 계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동전 순발행액이 급감한 것은 경기침체의 여파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4%로 98년(―13.4%)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전년 대비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이 2년 연속 하락한 2000년과 2001년에도 동전 순발행액은 전년 대비로 각각 188억원, 2억원씩 줄어들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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